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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Apr 03. 2024

도깨비

독서일기 8  쓸쓸하고 찬란한 神 도깨비를 읽고

1. 도깨비하면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뭔가.

금방망이를 가져다 주고, 심뽀 고약한 사람 얼굴에 혹을 하나 더 붙여 줄 것 같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

‘도깨비 빤스는 튼튼해요. 이천년 입어도 끄덕없어요.’

합창으로 중창으로 따라 부르고, 놀이할 때도 흥얼거린다.

노래뿐인가.

전래동화에서 도깨비는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존재로,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다리 하나인 사람과 밤새 씨름을 했다느니, 씨름에 이겨서 나무에 묶어 놓고 왔더니 빗자루였다는 등 무섭거나 공포스런 존재는 아니다.

물론 머리에 뿔도, 뾰족 솟은 이빨도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2. 몇 년 전 드라마 도깨비가 방영되었다.

장안의 화제라고 했지만 난 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그렇다.

말도 안되는, 평균인의 도덕 개념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인구의 4%로 존재한다는(○라이), 민원(?)으로 힘들었던 때인가 보다. (지금 생각해도 분노가 치민다. 도깨비가 혹을 서너 개 붙여 주기를...)

드라마 볼 여유는 커녕, 마음 추스르기 바빴다.

켜놓은 TV 화면은 먼 그림처럼 보았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 그 드라마였다.



3. 고려 시대. 상장군. 전쟁의 신, 최고의 무신으로 불리운 김신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멸문지화 끝에 가슴에 칼이 꽂혀 들판에 버려진다. 너무 원통해서일까? 도깨비가 된다.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 하리라.’

     

신부를 기다리며 939년째 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드라마를 본 사람도, 책을 읽은 사람도 많을 것 같아 자세히 말하면 지루할 것이다.) 신부를 만난다.


처음에는 신부인 줄 몰랐다.

그저 애틋한 감정이 좋았다.

감정이 자라서 사랑이 되는 것.

자주 만나면 없던 사랑도 생기는 법.

둘은 사랑을 확인하고, 도깨비 신부임을 확인하고 가슴에 꽂혀 있는 검을 뽑을 수 있다는 기대와 뽑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다.

생각해 보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사랑의 결과물이 한쪽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사라져야 한다.

신부 은탁은 인간이다.

도깨비는 불멸이다.

검을 뽑으면 신의 뜻대로 사랑하는 신랑, 도깨비가 무로 돌아가고, 뽑지 않으면 은탁이 (인간이니까) 늙어 죽게 된다. (80년은 함께 살겠지.)

검을 뽑아야 하나?

뽑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하나?     


         

4. 우리는 매 순간 결정을 하며 산다.

저녁 메뉴는 무엇으로 할까?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블랙으로 마실까? 달달한 믹스 커피를 마실까?

     

결정을 수월히(?) 하게 만드는 방법(학습)이 있다.

여러 개의 대안 중 기준(가격, 완급의 문제, 이익 여부 등등)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하나씩 제거해 가다보면 나중에 남는 것, 그것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세상 내 맘대로 되는 것 많지 않다.

자로 잰 듯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커다란 이익을 주지만 불만족인 경우도 많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멍청한’ 짓을 했어도 나는 만족스러운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더군다나 사람과 관계된 일임에야...


          

♥‘인간의 간절함은 못 여는 문이 없고, 때로는 그 열린 문 하나가 신의 계획에 변수가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찾아 보려고, 간절하게. 내가 어떤 문을 열어야 신의 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는지. 백 년이 될지 열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 아이 옆에 있는 선택을 해 보려고.’


도깨비가 이렇게 말한다.          


곧…드라마 몰아 봐야겠다.


(쓸쓸하고 찬란한 神 도깨비. 드라마 원작소설 극본 김은숙/소설 스토리컬쳐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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