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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테일

2. 기수

by S 재학

열여섯 사춘기는 자아가 생기고, 몸과 마음이 성숙해졌다고 느끼는 나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삶의 진취력이 왕성해진다. 무엇을 해도 성공할 것 같은 자신감으로 무장한 소년이 있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처럼 너무 일찍 철이 든 소년이었다.

청년이 되고 중년을 지나 삶의 종착점을 향하여 달려 가는 소년에게 오래된 기억이 떠 올랐다. 46년의 시간이 되돌아왔다. 소년이 그 시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진실보다 혼란이 많을 것이다. 아쉬움과 회한이 많은 시간 때문이었을까? 진실과 혼란이 교차한다.

기억은 그렇다. 대부분의 기억은 작은 진실만을 남긴다.

길고 긴 여정을 떠난다. 그 기억에 의존하여 찾아간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꽂히는 것처럼 소년도 그랬다. 감정적 보상 때문에 꽂혔는지, 새롭고 낯선 것이 주는 독점적 쾌감 때문에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외로움으로부터 도피 수단으로 몰입했는지 모르겠다. 소년이 중년이 된 어느날 깨달았다. 소년은 포니테일에 꽂혀 있었다. 길을 가다 문득 떠 올랐다. 주변 건물이 너와 지붕으로 바뀌고, 8차선 도로가 풀이 무성한 산길로 변하며 노랑머리를 찰랑거리는 소녀가 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열 여섯 소년이 있었다.


그런 모양을 포니테일이라고 하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금발이 등허리에서 찰랑거렸다. 묶었는지는 모르겠다. 걸음에 맞춰 규칙적으로 흔들린 그것만은 틀림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금발은 뒤통수에 말꼬리를 만들었고, 작은 소녀는 세상의 모든 여자로 변했다.

소년이 포니테일에 꽂힌 것은 성장기 겪은 삶에 대한 자기 회복과 보상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소년, 기수의 열여섯 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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