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 해낸 시간

35. 기수

by 재학

우리는 경험으로 살아간다. 성공의 경험도 그렇고 최선을 다하는 경험도 삶을 만든다. 인생에 최선을 다한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최선을 다해 살아낸 시기가 있다!

전력 질주했다.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최선을 다한 경험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달려본 사람은, 인생 어느 순간 매 순간을 헛되이 살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다음 결과를 기다린다. 그래야 진인사대천명의 진리도 안다.



고향에 다녀오고 수석 가게를 그만뒀다. 학력고사가 두 달 10일 남았다. 두 달 치 학원비 지원을 약속받았다. 대○학원. 지나다니면서 외경심으로 바라보던 학원에 등록했다. 이것만 해도 뭔가 이룬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교 과목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학원 가서 처음 알았다. 검정고시는 국어 수학 등 8개로, 중학교 때 익숙하게 대한 과목이다. 하지만 학원에서는 수학도 두 권(Ⅰ. Ⅱ), 사회도 정치경제 세계사 역사로 나뉘었다. 무엇보다 지구과학, 물리, 화학, 생물…. (이후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처음 만나는 과목도 힘들었지만, 이미 시작된 반에 편입해 들어야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책을 받아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어려움은 생각나지 않았다. 약간의 불안? 그랬다. 사실 조금은 막막함이 있었지만, 희망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모르면 용감해지는 걸까? 갖고 있는 것은 오롯이 두 달여 남은 시간뿐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할까? 그때는 그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때 이후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계획을 세웠다. 어떤 과목을 포기하고 어떤 과목에 집중할까. 자신 있는 과목만 붙잡고 늘어질까? 이 방법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렇다면 전 과목을 중간 이상 확보하고 자신 있는 과목에서 보충하자. 그래 이 방법으로 가자.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학원에 가장 먼저 자리 잡고, 맨 늦게까지 앉아 있었다.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자투리 시간을 줄였다. 쉬는 시간을 없앴다. 화장실 가는 시간 줄이기, 그러려면 점심을 먹으면 안된다. 물도 마시지 말자. 아침과 저녁 먹는 시간도 아깝다. 이틀에 한 번 세수했다. 2시간 이상 자면 볼을 꼬집으며 반성했다. 갈수록 광대뼈가 나왔지만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두 달을 그렇게 보냈다.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시험보는 날 어머니가 점심을 해 오셨다. 시험 끝나고 먹을게요 하고 돌아섰다.


지방 국립대에 합격했다.



기뻤냐고? 물론이다. 자신을 이겼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 대학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합격했다는 것이 기뻤다.


미련이 남았다. 한편으로 자신감도 생겼다. 서울 유명 학원에서 배포한 대학별 예상 점수표를 보니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달 공부해서 이 정도 점수를 만들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합격한 대학에 미련 없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다시 올라온 서울은 예전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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