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기수
예전 국어 교과서에 ‘안광이 지면을 철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얼마나 집중 했으면 눈빛으로 책이 뚫릴까? 그만큼 노력하고 정성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성공은 노력의 어머니류의 책상에 붙여 놓을 만한 문구였다.
하나 더 추가한다.
궁하면 통한다?
일산에서 용인으로 출퇴근할 때, 편도 88km를 1:30 출근하고 2:30 걸려 퇴근할 때다. 5:30에 출발하면 올림픽 대로든 강변북로든 쾌속 주행이 가능했다. 포곡면사무소 주민센터 내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샤워 후 아침 먹고 출근하면 딱 좋았다.
당연히 이불 속에서 빠져나온 그 차림으로 자동차를 달렸다. 깨어나는 한강을 바라보며 달릴 때의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피곤한 줄 모르고 다녔다.(그때는 젊었다)
그 시간 헬스장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이는 이용자가 한 명 있었다. 자영업을 하는데(승합차 옆에 상호가 그래 보였다)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했다. 대부분 그 사람의 자동차가 주차장에 먼저 있었다. 눈인사하고 러닝머신 30여 분 달리고 나서 씻고 나오면 그 또한 상쾌함이 좋았다. 날마다 같은 패턴이라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없다. 그날도 그랬다. 아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들쑤신 머리로 왔다. 주차장에 ‘그’ 사람의 자동차가 안 보인 것부터 이상했다.
‘늦잠을 잤나?’
헬스장 내려가는 지하 계단 전등이 꺼져 있다.
두 번째 이상했다.
더듬어 불을 켜고 내려가 출입문을 밀었다.
밀어 지지 않는다.
잡아당기나?
당겨지지 않는다.
잠겼다.
그제서야 보인다.
‘공사 중’
그러잖아도 엉망인 머리가 쭈뼛 섰다.
그것도 잠시.
할 일이 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씻어야’ 했다.
옆 여자 칸을 밀었다.
열린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생각 자체가 없었다) 들어가 문을 잠갔다.
옷 벗으면서 샤워기 트는 것을 동시에 했지?
그날따라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1~2분? 어쩌면 그보다 짧았을 것이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로 차에서 오돌오돌 떨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던 아(찔한)픈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