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두 번의 기회
어느 날 아내는 화장품 가게를 접고 옷가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상일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부재에 대한 보상 같았다. 옷가게를 차린 아내는 아직도 주행거리가 신차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자동차를 바꿨다. 이번에도 역시 상일은 왜 자동차를 바꿔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때 상일이 아내에게 왜 자동차를 바꾸는지 물어봤더라면, 아내가 자동차를 새로 사야 하는 이유를 변명이라도 했더라면. 두 번째 기회를 그렇게 날려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는 화장품 가게를 하면서 만난 남자에게 자동차를 사주고, 시계를 사주고, 골프채를 사주었단다. 상일이 알았을 때는 이미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멀어져 버렸다. 상일과 아내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내는 미련 없이 떠났다. 이제는 중학생이 된 아들을 남겨 둔 채로.
아내가 떠날 때 어머니는 아내의 손을 붙잡고 매달렸다.
아비 잘못도 크다고. 그러나 상일은 아내가 붙잡는다고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내는 맺고 끊는 성격이 못되었다. 사람 좋다는 말은 들었다. 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 굳게 다짐하더라도 아내의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아 허물어질 것이다. 어쩌면 아내 자신이 그런 성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내의 외할머니가 그랬단다. 집에 들고 나기를 몇 번이나 했단다. 아내는 외할머니와 똑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