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15.떠난 사람 돌아온 사람

by 재학

아내가 떠나고 상일이 집으로 돌아왔다. 출장을 줄였다. 다행히 중학생이 된 아들은 오순도순까지는 아니어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줬다. 아들은 아버지가 식탁을 차리는 시간에 맞춰 방에서 나왔다. 밥을 먹는 동안 대화는 없었다. 서로 대화를 한 경험이 없기 때문일 그거로 생각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에 없다. 아기 때 집에 온 상일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을 때는 서운하기도 했다. 어떻게 물어보고 대답해야 하는지 서로에게 어색해했다. 어색함과 불편함을 메우려 TV를 틀어 놓고 텔레비전에 집중하며 밥을 먹었다. 그리고 식탁을 치우는 동안 아들은 소파에 앉아 기다려 줬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숨 막힐 듯한 답답함과 짜증이 솟을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가느다란 끈으로 위태하게 묶여 있는 것도 안다. 가끔 술을 마시고 들어와 술기운을 빌려 아들의 방에 들르곤 했다. 그때마다 아들은 책상에 앉아 있었다. 고마운 녀석이다.

“아버지는 너뿐이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예”

아들은 공손히 대답했다. 만 원짜리 몇 장을 뽑아 주고 뒤돌아서 나올 때는 다시 돌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들의 떠드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상일이 나가고 아들의 방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아들은 컴퓨터 게임으로 온밤 새웠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들은 아버지도 어머니처럼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순종했음을, 그리고 그 불안을 게임에 빠져드는 것으로 대체했음을, 아들의 담임선생님을 면담하고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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