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자유를 향하여 날아간
백화점 화장품 판매장에서 일했던 아내는 결혼하고서 한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화장품 가게를 내 달라고 했다. 상일은 망설임 없이 들어주었다. 아내는 즐거워했다. 아침 먹고 10시쯤 나가서 가게 문을 열었다.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도로 건너에 있는 아내의 가게로 달려왔다. 간식을 먹고 태권도 학원 차가 데리러 오면 신이 나서 달려 나갔다. 학원이 끝난 아이는 다시 가게로 와서, 자전거도 타고 엄마 곁에 앉아 숙제도 하며 8시 문 닫을 때까지 함께 보냈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까지 가게에 오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도 엄마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숙제가 많았다. 무엇보다 엄마가 봐줄 숙제가 아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해야 하는 숙제, 컴퓨터에서 찾아서 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가게는 공부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었다. 가게에 온 아이는 아내가 단골손님들과 수다를 떠는 동안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게임에 빠져들었다. 아내는 아이에게 태권도 끝나면 집으로 가라고 말했고, 태권도장 사범에게 집에 내려다 주라고 했다. 그렇게 집에 혼자 있게 된 아이에게 처음에는 텔레비전이 친구가 되었고, 곧이어 컴퓨터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컴퓨터 게임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전화를 해 대는 엄마를 귀찮아하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험의 기회였으나 그것을 알아차릴 만큼 좋은 엄마가 못되었다. 그렇게 아내와 아이는 서로의 자유를 향하여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