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21.소식

by 재학

상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올라갔다. 사회생활을 하고 동창회를 나가면서 초등학교 동창회는 두 곳을 나갔다. 여기 바닷가 마을에서 다녔던 상촌초등학교 27회 동창회와 서울로 올라가 다녔던 한영초등학교 51회 동창회. 어떻게들 알고 연락을 해 왔다. 반가웠다. 상촌 동창회는 초기 몇 번 신나게 나가다 뜸해졌지만, 여전히 연락처는 살아 있다. 동창 모임에서 기준은 보지 못했다. 서울로 올라간 상일은 열심히 공부했다. 촌놈이 서울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어울린다는 것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공부밖에 없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공부 잘하고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직했다. 상일이 잘나가던 시절. 모든 모임을 챙기던 시절 두 곳 초등학교 동창회도 열심히 참석했다. 동창이라는 사명감보다 술 마시고 어울리는 재미 때문이었다. 그 시절 술을 많이 마셨다.

상일과 기준은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기준은 담배를 안 피운다고 했다. 대신 캔 맥주 한 개를 따서 입으로 가져가고 상일에게는 음료수 캔을 건넸다. 기준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작지만 어선도 한 척 있었고. 그 배로 기준의 아버지가 주꾸미를 잡았다. 바다에서 돌아온 기준 아버지는 양동이에 따로 담아 둔 고기를 손질하여 동네 어른들과 오후 내 술판을 벌이고는 했다.

기준은 조용한 아이였다.

“사장님이 되었군.”

“구멍가게도 사장이라고 부르나?”

그러고 나서 덧붙인다.

“몇 년 전에 이 건물 올렸는데 1층에 편의점을 내어 소일 삼아보고 있는 거여.”

올려다보니 3층 상가 건물이었다. 작은 어촌에서 3층 상가 건물이면 잘 사는 편일 것이다. 기준의 말에서 묻어 나는 느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큰 회사 다닌다는 소식 들었어.”

“응, 출장이 많아서. 마침 출장 갔다 올라가는 길에….”

상일은 출장이라는 말에 무게를 두며 말하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상일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어둠에 싸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의 만남은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기준이 먼저 말했다.

“미정이 고향에 내려왔다던데.”

“미정이?”
“거 왜, 황 선장네….”
“아…!”

상일은 더 아는 체를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 미정이었어. 조금 전 마을 앞에서 본 여자가…. 미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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