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글쓰기
'참 재미있었다'로 끝날지라도
오전 11시 자동차가 너무 뜨거워서 놀라고 의자가 불덩이 같아서 놀라고 시동을 켰는데 35도가 찍혀서 깜짝 놀랐다. 황급하게 휴대폰으로 기온을 확인하니 28도라서 한숨을 돌렸는데 생각해보니 오전 11시에 28도도 놀랍다.
불덩이에 몸을 싣고 간 곳은 도서관이었다. 책을 한 번 빌리면 여러 권을 빌리기도 하고 2주는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는지라 일단 반납기한을 1주 늘려 3주로 해 놓는데 이번에 빌린 책은 예약한 사람이 있으니 오늘까지 냉큼 반납하라는 문자 메시지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 그 책이다. 빌리고 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서 올해 개최하는 독후감 공모전 후보 책이었다. 그러고 나니 생각난 게 올해는 나도 독후감을 한 번 써서 내 볼까 무슨 책이 좋을까 하고 둘러보다 찜 해 놓은 게 이 책이었다. 정작 이 책을 빌린 계기는 구독해서 보고 있는 도서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읽으면 엉엉 우는 책을 소개하는 데 그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누가 때려줬음 하는 심정으로 빌렸냐면 그렇지는 않다. 눈물 빼나 안 빼나 한 번 보자 하는 으름장은 당연히 없었지만 궁금은 했다. 그렇다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여기? 아니면 여기? 이러지도 않았다. 책은 아주 재미있었고 나중에는 아주 슬픈 마음이 들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내 마음이 쿵 하고 내려갔다 둥실 올라가기도 한다면 망설임 없이 연필을 들고 아니 키보드에 두 손 올려 감상문을 써 내려갈 테야라고 생각했지만, 내려갔다 올라갔지만, 오늘 그냥 반납했다.
이래 놓고 아이들에게는 감상문을 쓰게끔 지도를 하다니.. 나는 썩었어. 내 책 읽고 내 감상문 하나 못 쓰면서 말이다. 그냥 쓸 자신이 없어서 반납했다. 아니 반납은 반납기일이라 한 거고 다시 빌리거나 구입을 해도 될 일이지만 쓸 자신이 없었다. 그 유튜브 댓글 단 사람들이 자기가 읽은 책 중에 슬픈 책을 여럿 올려놓은 게 있어서 찾아보고 몇 개 메모도 해 두었다. 그러고 나니 생각났다. 나도 있는데 댓글 달아볼 걸 그랬다.
<책도둑> 이 책 읽으면서는 가슴을 세게 문지르면서 오열을 하며 읽었다. 어느 부분이었을지 짐작은 가나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가슴 아프게 운 것만은 분명해서 두 번은 읽고 싶지 않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은 집에도 책이 있고 하도 여러 번 읽은지라 어느 부분에서 코 끝이 찡해지는지 알고 있다. 동구야.. 동구야.. 내 인생 책 중의 하나.
매일 감사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우리 식구는 아픈 데 없이 하루를 보냈다.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같은 것 말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 겨우 그 정도를 갖고.. 싶을 걸 가지고 얼굴 붉히고 속 긁히고 하는 시간이 괴로워서 좋은 것만 보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데 안 했네.
그럼 그냥 재미 의미 흥미 상관없이 참 재미있었다로 끝날지라도 시간별로 내가 뭘 했는지 기록이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애초에 거창한 게 없는데 뭘 주르륵 적는 것도 고민이라고 선뜻 되지가 않았다. 오늘은 내가 오전부터 한 일이 많은 것 같아 주르륵 적을 게 있을 듯했다. 온 가족이 도롱 도롱 드르릉 색색 잠자는 소릴 내는 동안 나는 어두운 거실에 환하게 노트북 화면을 열고 오늘 하루를 열거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이렇다. 뜻대로 되는 게 이리도 없으니 아무거나 나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글이라면 뭐든 적어야겠다.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