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이 이루어지기 백 미터 전

꿈은 이루어졌네?

by 구우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작은 소망의 의미는 뭘까? 더 큰 소망이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크고 작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의식주에 맞닿아 있는 것은 크고 로망이나 막연히 바랐던 이상에 가까운 것은 작은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소망이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것일 때는 가격에 따라 소망의 크기가 크고 작음이 결정되는 걸까?





아무튼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막상 작은 소망이라고 쓰고 나니 물음표가 잇따랐지만


그냥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었다.


한 번씩 생각나지만 없다고 무슨 일이 생기거나 불편을 겪는 건 아니고


애초에 이 집에서는 이루기 힘든 부분이 있었고


소리 내 말한 적이 몇 번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거절을 당했고


그 이유들이 썩 납득이 가기에 글로 보면 암울하지만 나름대로는 쿨하게


이 생에서는, 아 심하다 생 까지는 아니고


이 집에서 사는 동안엔 힘들겠구나 하고 포기했던 소망이었다.




아주 큰 테이블이 하나 갖고 싶었다.


카페에 가면 있는 큰 테이블 말이다.


식탁이라기보다는 테이블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 집에서는 놓을 자리가 없었다.


거실에 이렇게 저렇게 배치를 하고 테이블 하나 놓으면 어때?


거기서 우리 가족 다 볼일을 보는 거야. 책도 읽고 밥도 먹고.


거절당했다.


납득도 했다. 거실에 그거 하나 놓으면 차게 생겼으니 베란다며 어디며 갈 때는 게걸음을 해야 할 판이니 말이다.


게다가 나는 집에 빈 공간이 있기를 열렬히 바라기도 하니 이 또한 모순이고 말이다.




기민한 분들이라면 예상했겠지만 글들이 죄 과거형이다.


그게 말야 에어컨이 힘센 선풍기 역할에 만족하느라 틀지도 못하는데


지난 주말에 우리는 집 안에 가구 배치를 이리저리 바꿔 보았다.


바가지 땀을 흘려 가면서 말이다. 실은 남편이 구성을 다 해 놓았으니


내가 할 일은 끝없이 책꽂이를 비우고 비우고 비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거 들어서 옮기자 하면 그래! 하고 힘을 보태었다.


그것도 힘들지만 책도 너무 무거워서 이번 생은 우아하게 살기는 다 틀렸구나 내 팔뚝.. 하는 뻘 생각도 했더랬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그간 테이블 테이블 노래를 불렀더니 남편이 어떻게 놓으면 좋을지 구상을 해 둔 건지 하라는 대로 정리를 하니 거실에 뻥 하니 빈 공간이 생겼다. 데굴데굴 구르기에도 좋지만 테이블을 하나 놓아도 좋을 만한 공간 말이다. 이 생에선 틀렸다고 했던 이유는 이 집을 벗어날 뾰족할 방도도 없기 때문이었는데 드디어 갖게 되는 거야?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했더니 이해를 했는지 못했는지 일단 대환영이었다.




하여 문제는 디자인과 돈과 돈과 돈이라.. 이케아도 가 보고 가구점들도 가 보고 검색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큰 테이블이 생기면 하고 싶은 게 있다. 그 큰 테이블에 맥주도 한 잔 올려 보고 싶고 커피도 한 잔 올려놓고 싶다. 내가 읽다 만 책도 놓여 있을 것이다. 그러고 하루가 지나면 깨끗하게 다 치워 놓을 것이다. 그냥 그게 해 보고 싶다. 그렇게 앉아 불멍 물멍도 하고 베란다 밖으로 하늘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막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저 그 자리에 앉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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