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하면 안 될 일
님아 그 머리카락 뽑지 마오
제목은 거창하여 시작도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게 뭘까? 궁금할 수 있고 여기에 해당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나 오늘은 흰머리카락 뽑기로 하겠다.
요새는 머리카락을 여기로 저기로 가르마를 바꿔 넘기면 쉽게 보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 찾아봐라 하는 기분이었다면 이젠 까꿍 하고 나타나는 것 같다.
흰머리카락은 뿌리에서부터 자라나 어떤 것은 채 1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걸 굳이 족집게로 뽑는다. 하면 또 어떤 것은 이미 긴 머리카락이 하얘져 있는데 이렇게 색이 변하기도 하는 거구나 하고 알았다. 뽑았으니 다시 자랄 땐 새싹처럼 까꿍 하겠구나. 어떤 건 아이코, 들켰다 아직 멀었는데! 하기도 한다. 절반만 하얀 경우이다.
흰머리는 왜 뽑는 거야? 하고 아이들이 묻는다. 글쎄 그렇게 물어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눈에 띄니까? 흰머리가 아니라 갈색이면 티가 덜 날 텐데 까꿍! 하니까?
이렇게 계속 뽑다 보면 잔디처럼 흰머리 새싹이 오소소 날 텐데 상상하니 영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리고 모낭 한 개에서 나는 머리카락의 개수? 횟수?라는 게 정해져 있어서 이렇게 계속 뽑다간 종국엔 그 모낭에서 더 이상 머리카락이 나지 않으니 이는 안 그래도 머리숱이 줄어드는 데 거드는 일이 될 뿐이니...
그러니 시작을 하면 안 되는데 이미 늦었나?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는데 어느새 습관이 되어 귀갓길 엘리베이터에 혼자 있을 때나 씻기 전에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뒤집어 본다. 있으면 슬퍼하면서, 보일 때까지 뒤집어 보는 이상한 상황이다. 열 개만 뽑아줘라고 해놓고 진짜 열 개를 순식간에 뽑으면 슬퍼하는 이상한 상황이다.
그만둬! 해놓고 이제 제법 흰머리카락을 잘 찾고 뽑기도 잘하는 큰 어린이를 보며 이젠 남편 대신 저 아이에게...라고 생각하며 흠칫 놀란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