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은 언제든 켤 수 있게 고쳤는데 굳이 안 틀어도 될 정도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덥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다. 낮에는 1인 1선풍기를 하고 있으면 되고 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정적인 활동을 할 때에는 그마저도 추운 기분이 들어 끄게 된다.
자야 할 밤에는 더하다. 다만 베란다에서 바람이 바로 들어오는 거실과 달리 안방은 안방 창문을 거쳐서 들어오니 시원함이 거실만은 못하다. 안방 큰 창문이 몽땅은 다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잠든 남편은 두고 우리는 매트리스 하나를 영차 영차 거실로 끌고 나왔다. 상대적으로 시원하다는 거지 아주 시원한 건 아니어서 선풍기도 하나 틀어놓고 가운데 내가, 양 옆으로 아이들이 누웠다. 거실에서 자니 색다른 기분이고 더구나 늘 먼저 자라고 하는 엄마가 떡하니 누워 있으니 아이들은 그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각이고 저들도 피곤함을 느끼기에 이리저리 뒤척거리는 것 말고는 조용했다. 우리 셋은 말이다. 나는 잠을 자는 게 맞긴 한데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이들 잠들면 살짝 일어나 일기를 쓸까 미뤄둔 해야 할 일을 조금 할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 것도 일단은 아이들이 잠든 후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여름밤은 좀 소란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거실에 누워 있어 그리 느꼈을 수도 있다. 안방 창문이 바람을 일부 막지만 소음도 어느 정도 막아줄 텐데 거실에 누워 있으니 밖에 소리도, 집 안에 소리도 더 잘 들렸다.
선풍기가 탈탈탈 돌아가는 소리, 얇은 이불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집 안에서 나는 소리이다. 좀 시원했던 탓인지 매미 소리는 아니고 밤벌레 소리가 들렸고 드문드문 사람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여름엔 밤 산책이 시원하니 말이다. 볼일 끝나고 귀가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오토바이 소리도 들렸다. 누가 야식을 시켜먹나 보다.
여름밤이 소란스러운 게 아니라 온통 문을 다 열어놓은 탓이겠지 하고 속으로 중얼대다 오늘 있었던 일 내일 해야 할 일 등을 생각하며 까무룩 잠이 든 것 같다. 그리고 밤새 양쪽에서 아이들이 건네는 사랑의 발차기를 견디다 못해 새벽에 안방으로 피신을 했고 그때가 이미 새벽 4시라 아침에 일어나는데 어깨에 온 몸에 곰이 서른마흔다섯 마리는 앉은 듯했다.
여름이니 덥지. 해마다 날로 덥지. 다만 밤에는 딱 이 정도로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에어컨 켜고 자는 밤에는 설정해 놓은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추워서 끄고, 더워서 다시 켜고 아이는 재채기를 한다. 워낙에 통잠은 못 자지만, 이러니 저러니 새벽에 자주 깨지만 차라리 이런 작은 소란 속에서 매일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