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타고 다니고 있을 줄은 몰랐던 2009년도에 산 내 첫 차의 이름은 방울이다.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인형에나 이름을 지워 줘 봤지 사물에 이름을 지어 준다고? 하고 의아하지는 않았고 당시 남자 친구가 권해 준 이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차가 작으니까 방울이야, 짙은 회색을 고르면 쥐방울이 되는 거고 은색을 선택하면 은방울이야, 어때?
하며 오늘날까지 성은 떼고 방울이, 우리 집 어린이들에겐 방울이 언니, 이제는 방울이 할머니라고 불리고 있다. 의식적으로 매번 부르지는 않지만 이름은 그러하다.
몇 년 전 에어프라이어 광풍이 불었을 때 우리 집도 큰맘 먹고 하나 장만했다. 이 때도 방울이 이름을 지은 남자 친구였던 남편이 이름을 지었다. 이름은 '주섬이'이다. 이름이 왜 그 모양이냐고 했더니 그 물건 사고 처음 만든 게 감자튀김이었는데 만들어 놓고 오가며 주섬 주섬 주워 먹기 좋지 않느냐는 거였다. 에어프라이어 보다 글자가 세 개나 적은 경제성까지 더 해 오늘날까지 주섬이로 불리고 있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자신들을 '애들'이라고 부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름이 있는데 왜 그렇게 부르느냐며 지극히 합당해 보이는 이유를 말하지만 에어프라이어보다 주섬이가 간편하듯 00,00이 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애들'이라는 두 글자가 훨씬 편한데... 아무튼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사랑이 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이들 방도 '사랑이 방'이 되었다. 매번 잘 챙겨 부르지는 않는다.
어제 저녁에,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탁자가 월요일에 배송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집 사랑이 들은 이제 밥도 탁자에서 먹고 공부도 책도 탁자에서 하는 거냐며 설레어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럼 그 탁자의 이름도 지어야겠다라고 말하니 듣고 있던 남편이 뭘 그렇게 하나하나 이름을 짓느냐고 말해서 나는 몹시 어이가 없었다.
올해는 방울이와 이별을 하고 새로운 차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 차 이름 벌써 몇 개 정해서 나한테 결제받은 사람 누구야 응?
하여 우선은 '이미'라고 정했다. 우리 가족이 모이는 장소라서 '모이미' 라 정식 이름인데 입에 붙는 대로 불러질 것 같다. 탁자, 식탁, 테이블 뭐 하나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떡하라고?
에어컨에 냉매 넣은 지 일주일 만에 냉기 또 하나도 안 나와서 몹시 언짢았고 오늘 오전에 전화했는데 8월 2일에 기사님 오실 수 있대서 내가 진짜 오늘 비 와서 시원하지만 않았으면 입 밖으로 험한 말 나올 뻔했지만 모이미가 온다고 해서 참고 있다. 이것 봐라, 탁자 하나 오기로 했다 보다 훨씬 듣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