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에는 문제집이지

요새는 문제집도 예뻐

by 구우

도서 앱 알라딘에서 귀하의 천 원, 이천 원 짜리 쿠폰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얼른 쓰지 못하겠냐는 알림이 자꾸 와서 어차피 살 예정이었던 우리집 사랑이들의 2학기 교과 문제집을 몇 권 구입했다.



교과 문제집이래봐야 수학 뿐이었는데 큰 사랑이가 2학기 때는 과학도 문제집을 풀고 싶다는 엄청난 말을 해서 신나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럼 사회도 사야지! 작은 사랑이 너도 예외는 없다...




이달 초 에어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더운 여름날 집 가구 재배치를 하며 아쉽지만 이제 안녕 하고 작별을 고할 책, 이건 할머니가 되어서도 가지고 있을 거야 하는 책 등을 분류했고 알라딘 앱을 켜서 800원이라도 주겠다는 책들은 열심히 모아서 중고로 팔았다.




어젠가, 아이들에게 무심하게 말했다. 저번에 알라딘에 중고로 책을 팔았던 거 기억나니? 그 때 총 11만원을 받았거든. 이번에 너희들 2학기 문제집을 좀 샀는데 그게 얼마냐면 14만원이었어.




문제집 하나 샀어를 이리 장황하게 말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아이들은 무슨 그림책 읽어주는 걸 듣는 마냥 집중하다가 으에에에? 놀라며 저들끼리 재미있어 했다. 나도 잘 그러는 편이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이 그러하듯 내가 한 말을 고대로 따라해가며 깔깔거렸다.




여러 수십 권을 산 것 같지만 한 권이 정가가 16,500원이니 조금만 담아도 십 만원은 훌쩍이다. 무슨 문제집이 이리 비싸노? 허나 요새 학생, 특히 초등학생들 문제집 표지며 내지며 보고 있으면 여간 공을 들인 게 아니다. 날 좀 봐, 재미 있어 보이지 않니? 안쪽도 한 번 볼래? 나에겐 캐릭터도 있어서 얘네들이 이야기를 진행할 거야. 중간에 삽입된 만화도 정말 재미있지?




아이고.. 애쓴다. 사실 수학은 매 학기 마다 사고 있는데 과학이며 사회는 작년에 한 번 사 봤다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 보다 내용이 훨씬 많이 들어 있어서 아이들은 배우지 않은 것도 나온다며 힘들어 했다. 나는 이걸 다 풀려 말어 아 제발 서술형 좀 그만.. 하며 매우 갈등하였기에 더 이상 사지 않았었다.




아이 문제집 한 권마다 내 마음에 짐이 하나씩이다. 하여 살까 말까 참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문제집이 알록달록하니 예쁘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건 무슨 상황이람. 이것좀 봐.. 엄마가 풀고 싶을 정도야.. 하며 중얼거렸다. 라떼 소리를 안 하고 싶어도 말이다. 속으로는 해도 되니까. 나 때도 좀 이렇게 문제집이 친절하고 예뻤으면 얼마나 좋아. 또 모르는 문제는 잘 설명해 줄 어른이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뭐 이런 생각 몇 초 하고 착착 책장에 정리했다.




웃으며 샀으니 웃으며 끝나는 것 까진 안 바라도 원수 마냥 대하지는 않길..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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