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둘 다 좋아하는 걸로

by 구우

어느 날 쭈꾸미볶음이 먹고 싶어서 남편에게 포장을 해다가 먹을까 하고 먹으니 별로 내키지 않아 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반찬 우루루 다 꺼내서 먹었다. 본인이 내키지 않는다고 했지 나보고 먹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안 먹었다. 하지만 별로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지난 주말에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내 친구들과 그의 자녀들과 함께 1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밤이 깊도록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남편과의 식성이 맞네 어떻네 말했는데 나는, 이렇게 내가 집을 비우면 남편은 본인은 좋아하지만 내가 잘 먹지 않는 걸 시켜서 먹더라 라고 말했고 후에 전화통화에서 뭘 먹었냐 물어보니 육회를 시켜 먹었단다. 역시.




싫어하는 것과 즐기지 않는 것은 결국 같은 말일까? 남편은 내가 없을 때 육회를 시켜 먹고, 민물회도 시켜 먹는다. 치킨도 내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으니 그것도 내가 없을 때 먹는 메뉴 중 하나일 것이다. 뭘 먹었다는 말에 하나도 부럽지 않으니 어쩌면 나는 저 메뉴들이 싫은 게 맞나 보다 ㅎㅎㅎ




나는 오롯이 혼자 밤을 보내본 적이 별로 없는데 그런 날엔 뭘 시켜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 하고 남편에게 말했다. 사실 밤이 아니라 혼자 있는 어느 때든, 남편이 내 식성 안 맞춰 준다 할 게 아니고 내 알아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문제는 밤이든 낮이든 나는 혼자서 뭘 시켜 먹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번씩 매콤하고 콩나물이 잔뜩 들어간 해물찜을 먹고 싶은데 남편은 안 먹는다. 대놓고 자기 없을 때나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시켜 먹으라고 한다. 한 번 째려보고선 진짜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시켜 먹었다. 세상 맛있었다! 허나 늘 이런 먹고 싶은 게 생각나는 게 아니고 찜이든 갓 도착한 완전 따끈따끈한 피자든(정성이 들어간 표현, 좋아한다는 뜻) 이런 것들을 못 먹는다고 해서 별로 아쉽지도 않다.




육회가 비싼데 찾아보니 이 정도면 시켜 먹을 만 하겠다 싶어 먹었고, 달걀 노른자가 하나 올라가 있길래 집에 있는 달걀 하나 깨서 노른자 추가 했다며 즐겁게 이야기 하던 남편이 떠올라 적어봤다. 새로 장만한 모이미에 야무지게 부려놓고, 좋아하는 프로그램 틀어놓고 소주잔 기울이며 즐겁게 시간 보냈구나 눈앞에 선했다.




회사 다닐 때 큰 건물에 여러 회사가 입주해 있는 곳이었는데 지하에 식당이 있었다. 첫째 아이 뱃 속에 품고 뒤뚱거리며 가서 즐겁게 밥이며 국 반찬 골라담아 맛있게 먹었다. 회사 밥이 맛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나는 늘 말한다. 누가 주는 밥이 제일 좋은 거야. 불평만 하면 되잖아. 나는 지금도 바란다. 집 옆에 깔끔하게 하는 작은 집밥 부페 같은 곳이 있어서 우리 가족 사이좋게 가서 식판에 먹고 싶은 거 골라 담아 즐겁게 밥 먹을 수 있기를. 불평도 안 해야지 그때는.




평행선이지만 가끔 접점도 있는 나와 남편의 식성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매일 밥 해 먹기의 고단함 같은 내용으로 끝이 났다. 메뉴 선택의 고단함 정도로 큰 공통점 애써 찾아놓고 글을 마무리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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