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읽어야 보인다

매번 그러기 힘들지라도

by 구우

소설 <긴긴밤>을 수업 준비차 다시 읽었다. 아이들에게 소리내 읽어주며 같이 읽고 이번이 두번째였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서 두 번 읽고 싶지 않다 재밌게 읽었더라도 말이다. 내적 갈등이 깊었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기에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읽으면서 생각했다. 다시 읽어야 하는 게 맞구나. 책 내용을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대답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겠다 싶었다. 수업을 하러 가서 책의 줄거리를 같이 파악하는데 대답이 신통치 않을 때 학생들은 읽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면 잊었다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답할 수 없는 것은 모르는 것이지 잊은 것이 아니라고 정정해준다.




하지만 내로남불의 정신으로 나는 책의 내용을 잠시 잊은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하여 절반은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중간중간에 있는 삽화는 그림도 멋지지만 색이 정말 아름다워서 망고빛 하늘을 그려놓은 데서는 한참을 쳐다봤다.




내 책이 주로 있는 책장의 맨 윗단에서 누가 안 시켰는데 두 번을 읽은 책들이 있다. 물론 더 여러 번 읽은 것도 있는데 그건 정말 재밌기 때문이었고 위에 언급한 두 번 읽은 건 <안나 까레리나>와 <열하일기>이다. 둘 다 처음 읽을 땐 글자를 따라가기가 벅차서 음 이런 내용이군 하는 심정이었다. 내가 스스로 선택했을 리 없는 저 목록은 독서회 모임 선정 책이었는데 한 번 읽어서는 도대체가 떠들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별 수 있나 다시 읽어야지.




모든 책을 이렇게 두 번씩 읽는다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들어 있는 내용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거야 물론이고 <열하일기>같은 경우에는 청나라 가서 조선과 너무 다른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지는 연암 박지원의 심정이 더 잘 느껴졌다. <안나 까레리나>는 두 번 읽으니 나도 고전에 손을 드디어 댔어! 라고 말 할 수 있게 되었고 등장인물 이름이 좀 덜 헷갈렸다.




<긴긴밤>에는 뒷모습만 보이는 펭귄들 사이에 한 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삽화가 있다. 나 불렀어? 하며 웃는 것도 같다. 귀여워서 오래 쳐다보았다. 그러게 두 번 읽으니 이런 좋은 점이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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