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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Sep 27. 2022

오늘도 나는 반성문을

점차 나아질거야 나는

  어제는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었다. 참여수업이 입에 더 붙지만 그건 유치원에서 엄마랑 아이랑 손잡고 까까꿍 할 때야 참여이지 어제처럼 교실 뒤에서 혹은 복도에서 교칠 창을 통해 수업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참관이 맞다.

  수업 시간 40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어제는 좀 길게 느껴졌다. 우선은 40분 내내 서 있어야 해서 다리가 아팠고, 돌아가며 발표를 한다거나 활동을 하는데 40분 중에 내 아이가 차지하는 지분은 찰나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선생님의 말씀이거나 다른 아이들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같이 박수도 치고 경청도 하고 했는데 내 몹쓸 집중력...

  반에서 제일 작다며 슬퍼하는 작은 아이, 마침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서로 나누는 장터를 열어 아이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정말 제일 작은지 살펴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어기 한 명, 한 명 더 있네. 됐다 그럼.(이러면 그 작은 아이에게 미안해 해야 하는 건가..)

  다들 선생님 말씀 듣는(것 처럼 보이는)데 우리 아이는 손에 뭔갈 쥐고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 선생님이 이것저것 지시했는데 우리아이만 안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집에서처럼 자꾸 간섭하려는 손이 나가려는 걸 몇 번이고 참아야 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역시구나!

  하지만 집에서도 잘 웃는 아이가 교실에서도 옆에 앉은 아이와 즐겁에 이야기 나누는 표정이 예뻤다. 선생님 질문에 대답하는 입매가 야무져 내 입에도 미소가 걸렸다. 한 번씩 나를 보며 웃을 때 나는 코 밑까지 내려와 있는 마스크를 올리라는 손짓만 했지만 40분 내내 가볍게 흔들리는 아이의 양갈래 머리를 보며 기분이 좋았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나에게 오는 아이에게 집에서 준비해 온 사탕 두 알을 건넸다. 안아줄까? 번쩍? 하니까 여기서는 좀 그렇고 집에서 해 달라며 곤란하게 웃는다. 집에서는 아이의 잘못만 보일 때가 많아 걱정을 빙자한 분노가 치솟았는데 학교에서는 다만 한 명의 밝은 아이였다. 그게 맞을 터이다. 내 눈에 들보부터 없애고 아이를 봐야 하는구나 하며 또 반성문을 썼지만 그 기분은 가히 나쁘지 않았다. (202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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