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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Sep 30. 2022

오늘도 꽁했습니다

  밖에서 실컷 놀다 온 아이를 보니 배가 어지간히 고프겠다 싶어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간식을 찾는다. 씻고 나서 먹으면 되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감자를 갈고 체에 받쳐 수분기를 빼는 동안 냉동실에서 양파를 잔뜩 볶아 얼려놓은 걸 꺼내고 소금을 챱챱 뿌려 노릇하게 감자전을 구웠다. 이렇게 만드는 과정을 간단한 척 자세히 적는 이유는 나름 아이에게 정성껏 영양 가득 간식을 만들어 준다는 뿌듯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 스스로 느끼는 거 말고 다른 감정을 얻기를 바랐다.


  아이에게 쨔잔 하고 감자전을 내미니 아이가 이게 뭐야? 하고 물었다. 한 입 크기로 작게 잘라서 내놓으니 언뜻 무슨 음식인지 알아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감자전이야 하고 이야기 하니 음 엄마 나는 김치전을 더 좋아하는 걸 알면서. 라고 말했다.


  아, 나는 빈정이 상했다. 나는 내 아이에게도 빈정이 상한다. 1초만에 그럼 먹지마 하고 접시를 든 채 다시 일어나는 시늉을 하니 아니야 아니야 하고 다급하게 대답한다. 다시 앉아 감자전을 오물오물 먹고 있는 아이에게 이야기 했다. 아가, 고맙습니다 인사 먼저 하고, 몇 점 먹은 후에, 엄마 다음에는 김치전도 해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게 더 좋겠어 라고 말하니 내 목소리에서 이상을 눈치챈 아이는 이내 기죽은 목소리로 네 하고 말했다.


  아, 나는 나 자신이 매우 싫었다. 모범답안은 무엇일까 하고 아이의 곁을 떠나 내 자리로 돌아와 계속 생각했다. 바로 어제 본 금쪽같은 내새끼에서도 아이가 자기 마음을 못 알아주니까 엄마가 부탁인 듯 요청인 듯 요구를 했는데 나도 그와 같이 내 아이에게 내 섭섭한 감정을 먼저 뱉어버리고 말았다. 모범답안 예시 1. 알았어 다음에는 김치전을 만들어 줄게 지금은 이거 만들어 놓았으니 먹을까? 


  아, 2번은 떠오르지 않는다. 1번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저 1번 다음으로 든 생각은, 만들기 전에 아이에게 먼저 물어봤어야 했구나 였다. 전 만들 건데 김치전이랑 감자전 중에 뭐 먹을래? 라고 말이다. 그럼 아이는 당연히 김치전을 선택했을 것이다. 엄마가 만든 김치전은 진짜 맛있어 하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이다. 얼마전에 김치전을 잔뜩 만들어 먹었기에 이번엔 감자전을 하면 되겠구나 하고 가벼이 생각했었다. 그리고 애써 만들었으니 이번에도 맛나게 먹고 엄지척 해 주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이렇게 내 마음에서 정답은 찾았으나 현실은 아직 꽁한 마음 상태이다. 나는 기어이 아이에게 다가가 네가 아까 한 말 때문에 엄마는 너무 속이 상해 라고 말했다. 아이는 미안해요 라고 작게 말했다. 아이고 이럴 때 쓰는 말이 뭐다? 점입가경! 갈 수록 가관이다. 아이고 멀고도 멀었다. (20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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