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우 Sep 30. 2022

제일 좋은 건 아이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

  제 앞에 놓인 징검다리를 조심조심 두드려 가며, 혹은 자신 있게 발을 디뎌 하나하나 건너가는 아이가 있고, 앞에 놓인 징검다리가 제대로 박혀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성큼, 혹은 두 개를 한 번에 딛겠다고 발돋움을 하는 아이가 있다.


  제 아무리 조심해도 발이 헛디뎌 미끄러지거나, 징검다리가 어설프게 놓여 있는 바람에 기우뚱하다 물에 빠질 수 있다. 성큼 가든 두 세개를 한 번에 넘든 결국 안 넘어지고 지나갈 수 있다.


  조심했는데도 물에 빠지면 기운도 빠지지만 이내 힘을 내 일어선다. 다음 돌에 발을 디딜 때는 전보다는 신중할테다. 성큼 가다 물에 빠진 아이는 손을 내밀어 주어도, 좀 더 조심하면 좋겠다 말을 해 주어도 자신은 늘 물에 빠질 거라고, 결코 건너갈 수 없을 거라고 이미 눈물바람이다.


  아이가 자존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감이 많이 없어 보인다고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자신이 잘하는 게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혹시 언니를 편애하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 물어보셨다.  자신은 언니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에구. 뭐라 해야 하노? 나는 할 말이 없다..


  편애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들 아이가 그리 안 받아들이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부 문제라면 제 언니는 무난하게 문제를 푼다. 많이 틀리진 않는다. 그러나 작은 아이는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문제를 잘 읽지 않고 간단한 연산도 헷갈려해서 실제로 많이 틀린다. 자기가 보기에 언니는 어려워 보이는 문제를 척척 풀고 많이 틀리지도 않는데 자기는 자꾸 틀리니까 어차피 해도 안될거라는 말을 한다. 아니라고, 언니는 너보다 더 오랜 시간 풀어 왔기 때문에 그만큼 하는거라고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것 같다.


  라고 이야기했다. 저게 사실이다. 단언컨대 공부결과 가지고는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평소 생활 습관이 고스란히 보이는 학습 태도에 있어서, 가령 앉은 자리에서 한 가지는 다 풀고 쉬어라, 머릿속 셈이 힘들면 소리를 내라 등을 가지고는 말을 많이 했다. 엄마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들었냐 안들었냐 차이니까.


큰 아이는 뭔가 잘못해서 꾸중을 들으면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구나 라고 생각한다(실천 여부는 별개이다). 구분을 짓는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작은애는 혼이 나면 자기 전체를 부정당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나는 쓸모가 없어. 이 소리 첨 들었을 땐 억장이 무너지더니 자꾸 들으니 이젠 화가 난다.


  궁디를 팡팡해주며 자신감을 많이 북돋워주라고 말씀하시기에 알겠다고 했다. 


  작은아이에게 연민과 못마땅함이 널이 뛰는 건 내 모습이 많이 보여서이다. 부정을 못하겠다. 보편적 인간이 가지는 감정적인 모습을 돋보기로 크게 비추어 놓았달까. 큰 아이가 뚜벅뚜벅 가는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닌데 살뜰히 돌아봐주지 못할 때가 있어 마음이 아프다. 큰 아이의 잘하는 모습에 기뻐하기보다 작은 아이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에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내 모습을 거울로 볼 때 미운 부분만 눈에 들어오는 것과 같은 걸까?


  일단은 궁디팡팡을 많이 해주랬으니 평소에도 많이 했지만 더 많이 하는 걸로.. (2021.10.2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