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받아쓰기 시험을 준비할 때나 일상 생활에서 글을 쓸 때 맞춤법을 틀리는 것을 보면 어쩜 한글은 이렇게나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받침이 두 개인 것은 어렵겠지, ㅔ를 써야 할 때나 ㅐ를 써야 할 때가 헷갈리겠지 하는 내 예상을 가뿐히 넘어버리고 아이들은 이 어려운 걸 제대로 쓴다고? 와, 이걸 틀려??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알다가도 모를 기준이다.
우리집 큰 어린이는 올해 3학년인데도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 언제까지 받아쓰기 시험을 보라고 정해진 바는 없을 것이나 보통 2학년까지 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2학년 시절을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가는 둥 마는 둥 해서인지 단축 수업을 할 지언정 전면등교를 하고 있는 3월부터 방학을 제외한 내내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있다.
3학년의 받아쓰기는 띄어쓰기까지 본다는 게 2학년 동생의 받아쓰기 시험과의 큰 차이점이다. 아, 쉼표나 마침표 같은 문장부호가 채점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그러하다. 하여 큰 아이는 1학기 내내 1학년, 2학년 때는 받아본 적 없는 성적표를 받아왔다. 띄어쓰기는 그러게 나도 어렵다. 급수표 대로 연습을 한다 한들 실수가 생길 것이다. 출산 휴가 들어가신 선생님 대신 2학기 때는 다른 선생님이 오셨는데 본인이 만족하는 점수를 받아오는 걸 보면 제 깜냥이 늘었든 선생님마다의 차이이든 아무튼 요새는 순항 중이다.
어쩜 한글은 이렇게 어려운 게 맞다. 앞서 말했듯이 이걸 써? 와 이걸 틀려? 를 오간다. 얼마 전에는 10월에 한글날도 있고 해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아끼며 사용하자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줄임말이나 신조어 외국어 남발 등으로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까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 공부해서 대화하거나 글을 쓸 때 잘못 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큰 아이가 그 이야기를 글로 쓰는데
맞춤법과 뛰어 쓰기를 잘 하겠습니다
라고 쓰는 게 아닌가. 아가야 띄어 쓰기 다시 써 볼까? 하고 말하는데 아이는 자기 글자가 뭐가 틀렸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알고 보니 띄어 쓰기라는 걸 글자로는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는 아이 앞에서 폴짝 점프를 해 보이면서 틀린 말은 아니라고 말했다. 폴짝 뛰어서 한 칸 더 가서 쓰면 되니까 말이다. 폴짝. 폴짝.
그 날 저녁에는 수학 문제지를 풀었다. 한창 나눗셈과 높은 단위의 곱셈을 배우는 중이다. 그 날은 나눗셈으로 몫과 나머지에 대해 알아보는 장이었다. 다 풀었다며 내미는 아이의 문제지를 가만 보니 몫이라는 글자는 제대로 적었는데 나머지 자리에는
나뭐지
라고 적혀 있었다. 아 진짜 빵 터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웃었다. 아가야 나뭐지? 이거야? 하고 보여주니 실수라고는 하는데 본인도 웃긴 모양이었다. 나는 틀린 말은 아니네 라고 말했다. 딱 나누어 떨어지는 게 아니고 혼자 뚝 하고 떨어졌잖아. 걔가 말하는 거야? 나 뭐지? 나 왜 여기 혼자 있지?
한글은 어렵고 아이들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갈,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게 많은 한글로 제 뜻을, 하고 싶은 말을 열심히 풀어놓는다. 기실 나는 그 자체로 대단하다고 여긴다. 뛰어서 쓰고, 나 뭐지? 하며 문제를 푼다. 나는 그걸 오래오래 기억했다가, 안 까먹고 있다가 언젠가 아이들이 실수도 적게 하고 의젓해지면 오히려 이 때가 그리워 기억에서 꺼내보게 될 테다. (202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