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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원택 Jun 28. 2016

1.3.6 시설 개선비를 절약하고 싶으면 공부하라

공부한 만큼, 고민한 만큼 시설 개보수 비용은 준다.

 우리나라에서 HACCP를 한다는 것은 시설 개보수를 한다는 뜻  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GMP(우수제조기준, Good Manufacturing Pratices)를 'GMP 시설'로 알고 있듯이. 그러다 보니 HACCP을 시작하려는 회사는 시설 개보수나 신축 비용부터 걱정을 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정부 HACCP 인증이 선행요건과 HACCP 2 가지를 다 평가하고, 부적합 중에서 시설 부적합이 금전적 부담이 가장 큰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HACCP 인증을 받으려면 시설 부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규정상 선행요건 중 영업장관리뿐만 아니라 HACCP 12 절차 중 ‘공정도(공정흐름도) 작성’에서 동선 및 구역의 적정성을 다루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HACCP 시설 또는 HACCP 공장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CODEX HACCP의 모태가 되는 미국 즉, HACCP의 개념과 원칙을 맨 처음 확립했던 미국은 건물 개보수와 관련된 시설기준을 HACCP에서 다루지 않고 cGMP의 시설 부분에서 주로 다룬다. HACCP는 병원성 미생물 같은 위해요소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느 공정을 CCP로 잡을 것인가 등을 다루는 HACCP Plan(HACCP 관리계획)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HACCP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HACCP를 한다는 말은 시설 개보수를 한다는 말로 통용되는 분위기이고, 다른 어떤 것보다 시설 부분을 중요시하고 있다. HACCP 공장이라고 하면 HACCP Plan을 현장에 적용하는 공장이라기보다는 시설이 좋은 공장을 뜻한다. 


 이처럼 유난히 HACCP를 시설 개선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좀 더 깊이 파보면 우리나라 공장 대부분이 식품위생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하는 법적 시설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거기에 현장 식품위생관리를 하려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세척장비 및 시설, 위생전실 등이 미비한 업체가 많다 보니 더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즉, 기본적 시설 요건을 갖추지 않고도 식품 영업을 할 수 있는 현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이와 같은 현실 때문에 HACCP를 준비하는 기업이 시설 개보수를 필수 단계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시설 개보수의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설 개선 비용의 절감 방안으로 첫 번째는 '근본적 고민'이다. 많은 회사들이 HACCP를 위해서 시설 개선을 한다고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시설기준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식품회사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위생시설을 마련하려는 것인지 조차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 때문에 작업장 동선이나 구역을 설정하는지, 에어샤워나 탈의실을 왜 설치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무조건식 또는 묻지 마 시설 개보수’ 하기 때문에 '왜?'라는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한다.   

 고민에 앞서서 먼저 할 일은 ‘규정으로 되어 있는 시설기준은 어떤 목적을 갖고 있으며, 시설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어떤 사항을 준비해야 하는지 ‘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회사 현실에 맞추어 개보수 범위나 내용을 가감할 때 경제적 시설 개보수가 가능하다. 


 만약 시설에 관한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시설업체 영업직원이나 주변 사람의 단편적 조언에 따라 팔랑귀처럼 개보수를 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인 칸막이를 다시 허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동선 확보를 위해서 돈 들여 설치한 문을 열어놓고 사용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출입 동선이나 생산 활동을 방해하는 칸막이 공사를 한 회사는 시설 개선을 한 것이 아니라 작업장에 장애물 설치 공사하느라 예산을 사용한 꼴이 된다. 심지어 시설 개보수가 아닌 시설 개악을 한 사례가 의외로  많다. 개보수를 한 뒤 과거보다 습기가 더 많아진 경우, 개보수 전에는 없던 응축수가 낙수처럼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고, 최소의 투자로 시설 개선을 하고 싶다면 재차 강조하지만 ‘시설기준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특히 법적 시설기준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식품위생법령의 시설기준과 HACCP 고시의 선행요건관리 중 영업장관리를 비교해보면 서로 큰 차이가 없는 것도 발견할 것이다. 


 만약 회사가 법적 시설기준이나 기본 위생관리시설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면 큰 부담 없이 HACCP 인증을 준비할 수 있다. 굳이 보완을 한다면 법적 시설기준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 종사자·원부자재 동선, 준·청결구역 등 몇 가지만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개선하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시설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시설 개선의 목적과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고, 현재의 시설과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여 경제적 시설 개선을 할 수 있다. 만약 시설기준을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조언, 우수 공장의 벤치마킹, 그리고 정부 자료의 검토 등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두 번째로 시설 개보수에 HACCP 팀원이 참여해야 한다. 건물 설계, 시공 전문가는 건축사, 건설업체 직원이므로 이들에게 설계와 시공을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건축사, 건설업체 직원이 HACCP 및 선행요건관리에서 다루고 있는 기술적 부분도 잘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HACCP 팀원의 동참이 꼭 필요하다. HACCP 팀원이 HACCP 또는 선행요건과 관련된 시설 내용을 직접 파악하고,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은지를 검토하고 그 내용을 건축사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HACCP 팀원은 건축 절차 중에서 ‘개념설계’ 부분에 특히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HACCP 대응 공장 개념설계’ 또는 HACCP시설 개념설계라고 하는 단계에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HACCP 팀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시설 개선은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 접근이 될 것이다. 


 시설 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직원 그리고 이들 직원이 HACCP 팀원으로 건축사나 시공업체 직원들과 긴밀한 협업을 한다면 시설 개선은 가장 경제적이며,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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