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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원택 Sep 25. 2016

2.6.1 세척·소독은 밝은 내일이다

  작업 종료 벨이 울린다. 현장 종사자는 이때다 하고 작업을 중단하고 청소를 한다. 찌꺼기를 치우고, 빗자루 질을 하고, 물을 붓고, 걸레질하면서 부산하게 움직인다. 여러 사람이 청소하다보니 어떤 사람은 바닥을 청소하고 어떤 사람은 기계를 닦고, 어떤 사람은 작업대를 닦는 등 일사분란하게 세척 작업을 한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면 다들 탈의실로 가서 귀가를 서두른다.

 

 하지만 현장 종사자들이 떠난 작업장, 언뜻 보아서는 깨끗해 보이지만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기계에서는 아직도 물방울이 떨어지고 바닥이나 배수구에는 찌꺼기가 흩어져 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세척은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인식 때문이다. 세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시간을 들여 길게 하여도 근무시간, 특근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빨리 하고 퇴근하는 것이 종사자에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현장 종사자는 많고, 세척 방법이나 역할이 체계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 형식적인 세척을 더 부추기고, 기계 등의 위생 상태를 더 나쁘게 할 수 있다. 실제 예로써 작업 후 동시에 한 사람은 바닥 청소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고압 호스로 기계를 세척한다.  고압 세척기를 이용하면 기계에 있던 찌꺼기가 기계 틈에 단단히 끼어 버리나 공중으로 튀어 날라 여기 저기로 흩어진다. 또한 바닥도 마찬가지로 바닥에 있던 찌거기나 이물 등이 튀어서 기계 하부, 옆 등에 쳐박힐 수 있다. 


 다들 알다시피 음식 찌꺼기가 기계나 도구에 끼어있으면 그 음식물 자체가 부패·변질되어 오염원이 될 수 있고, 해로운 미생물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 결국 세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원이나 해로운 미생물을 살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아무리 깨끗하게 닦았다 하더라도 물기가 있으면 미생물의 증식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세척 후 물기를 제거할 시간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 식품안전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모아 연구회를 운영한 적이 있다. 토요일마다 모여 각자 준비한 내용을 발표 토론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주제는 ‘세척·소독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인가’였다. 이론적으로는 다들 알고 있지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세척·소독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인천에 있는 공장의 협조를 받아서 현장에서 직접 올바른 세척·소독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직접 해보니 작업대 하나를 닦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상판을 닦고 하판을 닦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하판을 닦고 상판을 닦는 것이 맞는 것인지, 또는 작업대 안쪽을 닦을 때 꺾인 부분을 어떻게 닦는 것이 쉬운지, 또한 종사자가 작업대를 닦을 때 손을 다치거나 베일 수 있는 날카로운 부분을 어떻게 미리 확인할 것인지, 그런 상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만약 수세미를 사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접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세척 후 소독제를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세척·소독을 다 한 뒤에 어떻게 건조시켜야 물기를 가장 빨리 제거할 수 있는지 등 모든 것을 정해야 했다. 


 작업대 한 개에 대한 세척 순서, 세척 방법, 세척 부위, 주의 사항 등을 정하는데 자그마치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작업대 하나를 제대로 세척·소독을 하려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웠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한다. 식품위생에서는 세척이 기본이다. 올바른 세척을 현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한 작지만 미래를 위한 거대한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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