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 실험용 초자의 세척은 실험실 안전이며 기본이다.
세척·소독을 말하다 보니 25년 전 대학원 시절이 생각난다. 아무리 늦은 밤에 실험이 끝나도 꼭 해야 할 일은 그 날 사용한 둥근 플라스크, 비커 등 초자 기구를 세척하는 일이다.
여러 개 바구니에 잔뜩 담긴 크고 작은 유리 기구를 열심히 세척해서 건조기에 잘 말려 둬야 그다음 날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용 유리기구의 세척은 피할 수 없는 대학원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 세척은 힘들지만 실험용 유리기구를 손에 익게 하는 과정이므로 실험실 생활을 처음 체험하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시키는 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들어온 4학년 실습생 한 명이 생각지도 못한 반발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동안 관행처럼 당연시되었던 실습생의 유리기구 세척에 대하여 실습생이 “나는 실습을 하러 왔지, 노역하러 온 것이 아니다”며 지도교수에게 대놓고 따진 것이었다.
옆에서 있던 나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지도교수는 “첫 번째, 너를 위한 것이다. 유리기구는 매우 위험하다. 실험하기 전에 세척하면서 기구의 형태를 자세히 살피고, 손에 익혀야 한다. 특히 금 가거나 깨진 것을 모르고 사용하다가 사고 난 것을 많이 본 내 입장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두 번째, 화학 실험은 매우 정밀하다. 유리기구에 조금이라도 다른 화학물질이 묻어있으면 네가 원하는 반응을 얻은 수 없다. 세 번째, 실험하는 과학자의 의식이다. 깨끗한 실험기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은 기본자세이어야 한다”라고 설명하자 실습생은 이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수긍했던 일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