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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Mar 30. 2020

20.03.29의 너에게

봄날의 너에게

부모님 집에 다녀오고 나서 잠들었던 오늘, 눈을 떠보니 곧 네가 도착할 시간이더라.

불도 다 끈 채로 이불속에서 뒤척일 때까지만 해도 나는 무기력하고 늘어지는 주말을 보내고 있었어.

"띠띠띠띠" 네 개의 번호를 누르는 순간 현관문이 열렸고, 네가 화사하게 들어왔어.

그 순간 어두웠던 방안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더라.


오늘 나의 하루는 비로소 그렇게 시작됐던 것 같아.

네가 나를 만나러 옴으로써 그렇게 나는 웃었고, 너를 향해 손을 들며 외쳤지.

안녕!

마주 웃으며 밝게 들어오는 너를 보니 내 마음이 다시금 간질간질하더라.

역시 널 만나기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 하루였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우리의 시간들이 나는 참 좋아.

너의 일상, 친구들과 보낸 시간들, 너의 오늘 하루 기분, 그리고 네가 먹고 싶은 것.

어쩌면 우리가 함께하는 식사가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어.

오늘 뭐를 먹을지 한참을 고심하는 네가 얼마나 귀여운지 한참을 빤히 바라보다 이마에 입을 맞추게 돼.


그렇게 우리의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가져온 돼지고기로 만든 두루치기였어.

요리를 마치고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데 그렇게 맛있는지 입안 가득 넣은 채로 오물거리는 너를 볼 수 있었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밥을 먹는 너의 얼굴을 자꾸 손으로 쓰다듬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을 때는, 내 손길에도 부끄러운지 아니면 어색한 건지 하지 말라던 네가 생각나.

지금은 자연스럽게 내 손길을 받아들이고 가만히 있는 너를 보며, 우리의 시간이 쌓여감을 여실히 느껴.

사소한 우리의 장면에서 우리의 깊이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참 기뻐.

난 역시 그림에 소질이 없어.

하지만 여전히 너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들이 남아있더라.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가장 좋아한다던 사소한 너의 말 한마디였지만, 아직 우리가 더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구나 싶었어.

나는 여전히 너를 알아가고 싶어.

그리고 지금은 집으로 돌아간 너와 함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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