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치 Apr 30. 2020

20.04.30의 너에게

봄날의 너에게

오늘은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빨간 날이야.

어쩐 일로 네가 아침 일찍 움직였어!

하지만 황금연휴가 우리의 만남을 늦춰버렸지.

차로 꽉 막힌 도로 위를 달리며 내게 오면서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를 만나기 전까지 지루했을까? 아니면, 나를 만날 생각에 설레어했을까?

그건 너만 알겠지만 후자였으면 좋겠다.


네가 올 시간에 맞춰 점심을 준비하고, 네가 오자마자 자리에 앉아 맛있게 먹는 너를 보면서 나도 젓가락을 들었어.

너는 참 뭐든 잘 먹는 건 아닌데 내가 해준 음식은 잘 먹는 것 같아.

내가 너에게 해준 음식을 사진도 안 찍고 먹는다며 장난스레 툴툴거렸더니, 이제는 먼저 사진부터 찍는 너를 봤어.

이렇게 우리는 하나 둘 서로에게 물드는 건가 싶기도 해.


사소한 부분에서 이런 생각을 갖는 건 나의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좋은 점으로 하자.

내가 생각이 좀 많지?

그런 생각들 덕분에 이렇게 글로써 너에 대한 마음을 적어 내려 가고 언젠가는 네게 건넬 수 있을 거야.

예쁘게 봐주라.


아무튼! 너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거나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 같아.

대표적으로 요리가 그렇지.

네 이상형이 다행히도 ‘요리를 할 줄 아는 남자’여서 얼마나 고마운지 알아?

나 못지않게, 아니 나보다 더 요리를 잘하는 너지만 내게 너를 위해 요리할 기회를 줘서 고마워.

요리나 주방 용품에 관심이 많은 우리라서 같이 백화점에서 그릇을 구경하거나 할 때면 너와 이야기가 너무 잘 통해서 가끔 놀라.

그렇게 비슷한 부분과 서로 모르던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가 점점 더 커져가.


그리고 너에게 무언가 가르쳐주는 일도 내게는 너무 큰 즐거움이야.

특히 오늘은 자전거를 가르쳐주면서 나에게 의지하고 기대면서 배시시 웃는 너를 보니 힘든 것도 모르겠더라.

네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고 다쳐서 아프지 않도록 차근차근 가르쳐주면서 행복했어.

힘들 법도 한데 귀엽게 웃으면서 자꾸 자전거를 타는 너를 보니 우리라면 역시 어떤 일을 함께 해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더라.

네가 조금씩 자전거에 익숙해질수록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덩달아 나도 행복해.

너는 내게 다양한 형태의 행복이구나 싶어.


여전히 네가 떠나가고 혼자 남의 집은 어색하고 외롭지만, 너와 함께할 미래를 생각하면서 힘낼 수 있어.


따릉따릉 따르릉.
있잖아, 언제나 네 곁에서 함께 행복할래.
매거진의 이전글 20.04.26의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