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너에게
크고 하얀 스티로폼 박스를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오는 너를 보면서 당황했어.
뭘 그렇게 무겁게 가져왔나 싶었지.
큰 박스를 열자마자 내 방은 꽃 향기로 가득해졌어.
네가 들고 온 박스 안에는 꽃이 가득하더라.
정말 생화 말이야!
리넌큘러스, 노란 장미, 그리고 유칼립투스까지 네가 내게 주기 위해서 가져온 싱그러운 여름들은 갈색 만연한 내 방을 초록초록 만들어주었지.
내 공간에도 완전한 여름이 왔어.
이제 날씨도 더워져서 햇빛에 약한 네가 걱정이야.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아직도 기승이라 우리가 만나는 곳은 주로 우리 집이지만, 점심을 먹으러 가까운 샤로수길을 가기로 했어.
뭘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던 우리는 결국 점심에 고기를 먹기로 결정했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더위에 지친 네가 고깃집에서 맨손으로 조리되는 음식에 두 번 지쳐버리고 말았어.
그렇게 조용히 점심을 빠르게 먹고 우리는 집에 왔어.
역시 이렇게 더운 날은 집이 최고지.
너와 함께 보내는 소소한 일상이
너무 행복한 요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