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너에게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지만, 비가 하나도 내리지 않은 날이야.
너는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에 레인부츠로 단단히 준비했지만, 결국 비는 내리지 않았어.
한 여름날의 산타클로스 같은 너는 오늘도 내게 선물을 해줬어.
오늘은 룸 스프레이를 만들었다며 맡아보라는 너.
오늘의 향기는 동백(Camellia)이었어.
네가 정말 좋아하는 향인데 방산시장에서 우연히 찾게 됐다는 말을 신나게 하는 너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신이 난 거 있지?
매일 그렇게 하루에 이틀 치만큼 귀여워지면 나는 어떻게 하지?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는데 말이야.
네가 좋아하는 달달한 동백 향이 나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방에 자주 뿌리게 될 것 같아.
신난 너와 함께 꽃 팟에 와서 너랑 월남쌈과 칼국수를 먹었어.
국물이 너무 맛있다며,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다짐을 한 너를 보면서 한 번 더 웃고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갔지.
우리는 항상 영화 고르기에 실패하나 봐.
우리가 오늘 고른 영화는 반도.
너는 앞부분에서 결국 잠들어버렸어.
내가 선물한 공룡과 함께 말이야.
마치 공룡 사냥꾼이라도 된듯한 너의 스타일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됐지.
영화를 보고 나와서 소중하게 공룡 인형을 끌어안은 너와 맥주를 마시러 갔어.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 거야 그렇지?
학창 시절 네가 왔었다는 감자튀김과 맥주를 파는 가게는 좁지만 맥주가 맛있었어.
여름날에 딱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지.
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
너와의 시간은 정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여실히 느끼게 해.
항상 넌 내게 새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편안함을 선물해줘.
네가 내게 주는 진짜 선물은 이런 사랑이 아닌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