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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독시책

금기된 사랑 앤솔러지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by 하다

❝어느 정도면 금지된 사랑 또는 불륜을 ‘사랑’으로 인정해 줘야 할까? or 인정해 줄 수 있을까?❞ _하다 질문


2024년 4월, 김근태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북토크 뒤풀이에서 장강명, 차무진, 소향, 정명섭, 정아은 다섯 명의 작가가 의기투합해 ‘금기 또는 불륜 앤솔러지’를 기획했고, 2025년 4월 한 명이 빠진 네 작가만이 ‘금기 또는 불륜 앤솔러지’를 완성했다. 누가, 왜 빠졌는지 리뷰 끝에서 확인하시길.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마름모

#불륜앤솔러지


«투란도트의 집» #장강명


단순히 섹스 파트너이길 원하는 직장 상사(女)와 단순한 섹스 파트너로 시작했으나 그녀에게 푹 빠져버린 직원(男).


「그녀는 성행위 중에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게 내가 뭘 잘해서 그녀가 절정을 느낀 거라고 착각했다. 지금은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고 싶어서 섹스를 했다고 생각한다.」 _18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섹스 파트너가 된 결정적 계기는 뭘까? ‘나’인 남자가 들고 있던 책, 그 책 때문일 거다. 그녀는 세상만사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무감동한 사람인데 남자의 손에 책이 들려있었고 그녀는 문학에 퍽 관심이 많아 보였으므로? 퇴근 후 모텔에서 위스키를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의식처럼 치르는 관계에 남자는 ‘섹스 파트너’라고 이름 짓지만, 점점 그녀가 궁금해지고 만다. 눈물의 의미는 뭔지, 왜 궁금해하는 걸 피하는지. 왜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건지.


그녀는 누가 봐도 큰 상처로 어딘가 마비되어 버린 것 같은 인물이다. 상처와 그 상처가 아물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감춰진 이야기가 그녀의 입으로 밝혀질 때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방법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녀의 상처는 충분히 이해가 됐기 때문에.




«빛 너머로» #차무진

흥미롭고 긴장감과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뒤섞인 이야기의 시작은 독자의 몰입을 이끈다. 한 때 LP 바를 찾아다니거나, 한시(漢詩) 모임에 나가거나, 민화를 그리고, 고전 읽기 모임에 나가지도 않고 전각을 파지도 않게 된 64세 ‘나’는 이젠 고장 난 기계를 주워다 고치며 은둔형 외톨이처럼 산다. 임신 중인 딸 은아는 자꾸 찾아와 밥은 먹었냐 쓰레기는 왜 주워오냐, 왜 집에만 있냐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잔소리라기보단 온통 걱정으로 보이지만.


우연히 주워온 노트북에서 나온 해괴망측한 영상. ‘나’는 영상 속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놀랍지만 달갑진 않았다. 괴력난신(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을 이르는 일)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그래도 개연성이 약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기에 의미 있다.


❝장애인의 성욕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그러다 ‘성매매’ 자체를 금지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에 닿는다. 몸만 다 큰 아들의 성욕을 엄마나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사회는 과연 옳은가?❞ _하다 질문







«포틀랜드 오피스텔» #소향


「아! 그 순간 나는 아내와 너의 극명한 차이를 깨달았다.」 _140


금기된 사랑이라도 생에 한 번 사랑에 빠지는 게 좋을까, 금기된 사랑일 바엔 차라리 평생 사랑을 모르고 죽는 게 나을까? «포틀랜드 오피스텔»은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든다. 어찌 보면 진부한 설정일 수 있지만, 어느새 ‘나’가 ‘너(연우 엄마)’에게 빠져드는 과정에 나도 동참하고 있다. 홀린 듯이. 금기된 사랑에 대한 인정, 불인정을 독자에게 질문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높은 곳에 살면서 더 높은 곳만 보고 사는 사람들은 결코 아래의 삶이나 불행 따위에 신경 쓰지 못함을 꼬집는 소설로도 읽혔다. 마지막에 ‘너의 눈물’의 의미를 나는 사랑으로 읽었는데 작가님께 꼭 여쭤보고 싶다. 참고로 300 친구들은 동의하지 않았음.





«침대와 거짓말» #정명섭


재밌다. 캐미 좋은 탐정 두 명이 주인공인 범죄 영화를 한 편 본 듯하다. 짧은 분량 안에 알차게 담았다. 캐릭터도 스토리도 유머도 메시지도. 그리고 어쩌면 네 소설 중에 가장 순수한(?) 불륜 이야기가 아닐까? 그리고 데이트 살인까지. 사랑해서 죽이는 건 <구의 증명>에서 여주가 사랑해서 남주를 먹는 것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다.




이 앤솔러지에 한 작품이 더 담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아은 작가가 그린 ‘금지된 사랑’ 이야기는 어떤 색과 어떤 냄새와 어떤 촉감, 어떤 맛이었을까? 알고 싶지만 이젠 불가능하다. 정아은 작가는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이란 책을 낸 바 있다.


❛전두환이 왜 군사반란과 민간인 학살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는지’란 질문에 답을 찾는다. 정 작가는 우리 사회가 그를 단죄하지 않아서 그의 파편이 사회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고 본다.(출처: 주간경향)❜

이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길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아은 작가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의문스러웠다. 내 마음이 이런데 함께 의기투합했던 네 작가와 고우리 대표님은 어떠하셨을지..

독자로서 정아은 작가님은 작품들을 빠짐없이 읽는 것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현해야지, 다짐한다. 누군가 그 사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주길 바라며.


기대했던 49금은 없었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이끌어 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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