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데뷔전 4
응급실 의사는 굉장히 어려 보였고 햇병아리 의사가 오판을 한 것이길 바랐었는데...
센 언니 스타일의 성형외과 과장님은 대차게도 말한다.
내 코는 너무 많이 부러져서 수술이 선택사항이 아니고 필수라고.(흑)
(그래도 안와는 저절로 낫기도 한다던데... )
"여기 보면 뚫려 있죠?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도 나중에 위에 있는 것들이 흘러 내려서
눈이 아래로 꺼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안와도 수술이 필수란다. (하)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 회복 기간 따위의 평생 알 일이 없었다면 좋았을 설명들을 듣는데
내 머리는 자꾸만 멍해진다. 내 멘털이 골절된 내 얼굴을 버리고 떠나려는 걸까?
남편이 묻는다.
"수술은 어렵거나 위험한 수술은 아닌 거죠?"
"환자분한테는 큰 수술이겠지만, 저희는 매일 하는 수술입니다."
과장님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어쩐지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래! 전문의에겐 안와, 코뼈 골절 수술은 내게 여드름 하나 짜는 일과 같은 걸 거야.'
흉 지지 않고 깔끔하게 짜려면 조금 신경이 쓰이고 귀찮지만,
결코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은 일!
잠시 방심한 사이 과장님은 갑자기 얼굴 곳곳에 주사를 찔러댄다. (헙)
부기가 빠져야 수술을 할 수 있단다.
놀라거나 뭔지 물어볼 세도 없이 쿡쿡 주사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그 동작이 얼마나 신속했는지 남편은 내가 주사를 맞은 지도 몰랐단다.
역시 베테랑이다. 괜한 친절로 무능을 무마하려는 의사보단
시크해도 실력 있는 의사가 낫지, 암~
예약도 하지 않고 외래 진료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수술날짜를 잡고 검사까지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남편은 그만하길 다행이란 말을 한 서른아홉 번쯤 한다.
(자기야, 자기 얼굴이 이렇게 돼도 다행이란 말 서른아홉 번 할 수 있니?)
괜히 부아가 나면서도 실은 나도 같은 생각이다.
사지 멀쩡하니 조심스럽겠지만 활동도 할 수 있고
아이들도 챙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소견서를 팔랑거리며 두리번거리는 나(남편은 주차 중이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를
본 접수창구 직원은 거의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아, 소견서 받아왔는데 외래 접수를 하려고요."
오 역시, 내 얼굴이 먹어준다.
'이 정도 몰골이 되면 접수창구 직원에게도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구나!'
수술과 입원이 결정되고 보니
양가 부모님들에게 알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다음 주면 아이들이 개학이고
학교를 보내고 아침, 저녁을 챙겨줄 사람이 없는 거다.
어쩐지 시어머니께는 더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혼자 똑 소리 나게 아들 셋 잘 키운다는 내 이미지에 깊은 스크레치를 내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우선은 엄마에게만 말씀드리고
3일 정도만 올라와주시라 부탁드리기로 한다.
우리 오마니 속상하실 생각에,
우리 아부지 놀라실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런 게 불효지 뭣이 불효란 말인가!
불효녀는 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