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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May 06. 2023

출산 후 6개월, 다이어트 마지노선

이렇게 잔인할 수가

출산하고 6개월이 지나면 부어있던 내 살들이 오롯이 내 몸이 된다는 말, 진짜 악담이 아닐 수 없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해주는 말인가 싶은데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내 몸은 내가 아니게 되었는데 이걸 돌이키는데 마지노선이 6개월이란 말이냐. 


생후 6개월을 겪어보니 잠 못 자서 골골골, 수면부족은 식욕을 불러일으켰고 정말 쉴 새 없이 먹어도 허기짐은 계속 커져만 갔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먹는 야식이 특히 육퇴 후라면 얼마나 달콤한지 알랑가 몰라. 그 잠깐의 먹는 기쁨이 오늘 하루를 보상받는 듯한 기분에 아기를 밤잠 재우고 난 뒤면 내 손가락은 퍼런 오토바이 탄 앱을 누르는 데 온통 집중되어 있었다. 더 이상 이 동네에서 먹고 싶은 게 없을 정도로 맛집투어가 손끝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과체중과 비만 그 사이 어디쯤에 머물던 나는 아동복이 맞지 않아 숙녀복을 전전해야 했고, 결국 우리 아빠의 선택은 늘 고무줄 바지였다. 그렇게 20여 년을 살다가 대학생 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운동장 뛰는 게 습관이 되면서 12kg를 훅 감량했고 그 무렵 과동기, 과선배, 교수님까지 모두 운동장을 뛰고 있음을 깨닫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본 사람임을 이렇게 증명해 본다. 


아기 낳고 늘어진 뱃살을 고무줄 바지가 떠받들고 살던 어느 날, 이렇게 있다가는 정말 내가 내 몸을 포기하게 될 것 같아서 나를 놓아버리게 될 것 같아서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매번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홈트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무렵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은 인연으로 기억되고 있던 분께서 한동안 혼자 운동을 하시며 SNS에 인증을 몇 년간 해오셨는데 그 성실함이 그 꾸준함이 너무 부러웠다. '와 나도 또 한 번 바뀌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분의 [온라인 PT 모집] 글을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첫 번째 100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74kg에서 66kg까지 감량에 또 성공했다.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간 것. '아 거봐 난 하면 된다니까'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두 번째 맞이한 100일에서는 예상치 못한 육아라이프 패턴에 완전 넉다운이 되어서 현 몸무게를 유지하는 데 만족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기력, 체력거지, 무릎통증, 허리통증을 동반해 운동치료를 병행하면서 했음에도 큰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 찐 게 어디냐 하며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세 번째 100일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100일이 지나고 나면 시부모님과 큰집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있는 달에 걸린다. 입고 싶은 코디를 생각하며 나의 차림새를 상상해 보고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에 대한 내 몸을 미리 구상도 해보고 있다. 이런 생각들로 하여금 동기부여를 내 안에서 찾고 내 머릿속에 있는 모습을 현실로 끄집어내기 위해서 난 오늘도 열심히 끌어당기고 있다. 


근데 참 생각할수록,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이 부어있는 몸매가 나의 몸이 된다는 말이 참 잔인한 것 같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을 느끼며, 변해버린 내 모습이 보기 싫어 거울조차 들여다보지 않고 밤마다 아기 모유, 분유 먹이며 훌쩍이는 게 산모이거늘. 내 몸 하나 그저 삼시세끼 먹으며 건사하는 것도 힘든데 살을 빨리 빼지 않으면 이대로 굳혀진다는 어마무시한 이야기라니. 나 또한 이 말이 출산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난 생후 6개월이 지나고 나서부터 운동과 식단을 병행했는데 조바심을 갖지 않고 정말 꾸. 준. 히. 이어왔더니 약간의 보상이 수치로 드러났고 눈바디로 드러나면서 아 나 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며 잃어버린 나를 찾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어렵다는 살도 뺐는데 다른 거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아기엄마가 되면서 실질적인 내 커리어는 중단되어 슬프지만, 나의 내면의 이력은 쌓아가고 있는 지금이 더 먼 미래의 내가 나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도 경단녀의 아쉬움은 뒤로 넘겨버리고 운동 매트 위에 섰다.


오늘도 포기 안 한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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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어요, 조금만 힘내요. 나는 당신을 응원해요"

날 멱살캐리 하며 끌고 가주시는 코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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