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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Apr 22. 2023

절교, 미움과 원망보단 그리움

그래서 넌 잘 지내고 있니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던 날, 너의 마음이 어땠을지 나는 헤아리지 못했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 글들을 꾹꾹 눌러 적었을지 난 너를 들여다보지 못했다. 너의 사연 있는 글보다 네가 취한 행동에 화가 나서 너를 나무라기 바빴다. 요즘 시대에 관계를 의미하는 팔로우를 우리가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 모두와 끊었다는 네 글에 완전한 손절을 의미한다 생각해서 매몰차게 대했다. 그리고 너를 수도 없이 원망했다.


그래도 이따금 네 생각이 나고 네가 궁금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오던 10년의 우정을 이렇게 쉽게 끊어내냐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었는데 지금은 그저 네가 잘 지내는지, 너의 안부만이 궁금하다. 한동안 네가 나의 빈자리를 느끼길 바랐다. 너의 자리는 줄기차게 원망으로 가득 채워두고서는.


다른 친구의 기쁜 소식을 SNS 피드로 보다 댓글에서 발견한 너의 ID를 보고 깜짝 놀라서 심장이 요동을 쳤다. ‘엇, 나 차단당해서 네 ID 안 보여야 되는 건데? 날 차단리스트에서 해제했나?’ 솔직한 말로 기뻤다. 그 길로 하마터면 연락할 뻔했다. 그리운 너의 애칭을 적어 내려 가다 이내 그만뒀다. 지금의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서 나도 변했겠지만 너 또한 많이 변했을 테니 괜한 연락으로 네가 힘들어할 것 같았다. 

기분에 따라 프로필 사진을 수도 없이 바꾸고 상태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하는 너로서는 순간의 감정이 그날의 하루를 얼마나 좌지우지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잘 살고 있는 너에게 연락했다가 딱딱해진 상처를 다시 도려내어 널 아프게 할까 봐 먼저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속절없이 끊어진 너와의 친구관계가 어느 날부터인가 생각할수록 참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한테 그런 친구밖에 안 됐던 건가 싶은 생각에 자려고 누웠다가 나 홀로 엉엉 운 적도 있다. 치밀어 오르던 화가 이제는 속상함으로 물들었다. 미움과 원망보다는 그리움이 더 커지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고 싶다. 


주변에 내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너의 입장에 되어서 나에게 쓰디쓴 한 마디씩을 던졌다. 네가 나를 끊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며, 쓰라린 마음을 부여잡고 얼마나 울었을 것이며, 손절을 암시하는 글을 쓰면서도 내 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냈을지에 대한 생각은 안 해봤냐며 정말 흠칫 두들겨 맞았다. 아 내 연락이 참 이기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허공에서 갈 길을 잃은 듯한 손가락을 다시 접었다. 

 

마음 한 켠에서는 네가 먼저 연락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근데 그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혹은 너의 그 아이디가 나에게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건가 하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근데 참 용기가 나질 않는다. 누군가가 "한 번 연락해 봐, 혹시 몰라 친구가 기다렸을지도"라는 말을 한마디라도 해줬더라면 나의 생각과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보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건 내가 해서는 안 되는 건가 보다.


그래도 혹여나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우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내 마음이 언젠가 너에게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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