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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Sep 04. 2023

Day 19. 눈부신 타오르미나

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3.09.24

Catania, Taormina, Vienne

간식 - Bam bar

점심 - stritFUD


어제 혼자서 거의 와인 한 병을 마셨더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오늘은 아침에 여유를 부릴 수 있어 평소보다 늦잠도 자고, 저번에 먹고 남은 닭죽까지 먹고 나왔다.


오늘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간다. 괜히 이탈리아만 갔다 오기에는 아쉬워 근처에 있는 나라 중에 가보지 않았으면서 가장 가고 싶었던 오스트리아에 짧게 갔다 오기로 했다. 빈으로 가는 비행기는 저녁에 타기 때문에 낮에는 타오르미나에 갔다 았다.


카타니아에서 타오르미나는 중앙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어제도 기차역까지 가는 길이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걸어서 25분인 거리를 버스 타고 1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분명히 역까지 가는 버스가 많아 보여 기다리면 그중에 하나는 오겠지 했다. 그런데 그중에 하나가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버렸다. 구글맵에 카타니아 버스 정보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던 거 같다.


기차역에는 짐 보관소가 없어 역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 가방을 맡기고 타오르미나로 향했다. 타오르미나는 바다 옆에 있는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인데, 옆에 바다를 두고 올라가는 그 길부터 버스를 타고 가면서 봐도 참 멋졌다.


타오르미나는 바다를 내려다 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에리체와는 또 다른 느낌.


1시간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올라가는 길이 좁고,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계속 타다 보니 1시간 반이 걸려버렸다. 그래서 도시를 구경할 시간이 2시간이 채 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타오르미나에서 가고 싶은 곳을 딱 2개만 정했다. 한 곳은 시칠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그라니타를 먹을 수 있다는 Bam bar와 타오르미나에 가면 모두가 간다는 로마 극장이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좋았던 Bam bar

개인적으로 젤라또보다는 그라니타를 좋아하기에 시칠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그라니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Bam bar는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꼭 가고 싶었다. 그라나타는 기대만큼 맛있었는데, 그라니타라기 보다는 포지타노에서 먹었던 레몬 샤베트와 비슷한 질감과 맛이었다.


로마 극장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에트나

두 번째로 선택한 로마 극장은 극장 자체를 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위에서 극장과 바다와 에트나 산을 동시에 볼 수 있다기에 궁금했다. 이 풍경 하나를 보기 위해 타오르미나에 사람들이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경을 보자마자 왜 그런지 이해했다. 에트나의 꼬리는 바다까지 이어져 있고, 따가운 햇살을 받은 바다는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창문 너머로 보고 있는 거처럼 만드는 로마 극장까지. 아, 에트나 산은 멀리서 보니 마치 꼬리가 두꺼운 정규분포 같아 산처럼 보이지 않았다. 


카타니아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은 시내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었기에 아쉽지만 빨리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버스에 사람들이 많아 조금만 늦었으면 버스에 자리가 없어 그다음 차야 타야 될 뻔했다. 그러면 비행기를 놓쳤겠지... 타오르미나는 카타니아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던 거 같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시칠리아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살고 계신 할머니 옆에 앉게 되었는데, 부족한 영어로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해하셔서 즐겁게 대화했다.


카타니아 공항은 중앙 기차역에서 몇 정류장만 가면 되었다. 특이하게도 기차역과 공항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데, 공항까지 가는 셔틀 버스를 타려면 돈을 내야 했다. 아니면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이 꽤 길어 보였다.



빈에는 무려 24시간, 48시간 교통권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버스를 탈 때마다 근처 슈퍼에서 일회용 버스 티켓을 사야 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깨끗한 거리와 건물을 오랜에 봐서일까, 이탈리아와는 전혀 다른 도시 분위기에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거기다 타오르미나는 피부가 걱정될 만큼 햇빛이 강렬했는데 빈은 너무 춥다. 심지어 얇은 코트를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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