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2.10.09
Pitigliano, Civita di Bagnoregio, Orvieto, Asisi
숙소 - B&B All'Antica Mattonata
오늘은 치비타 디 반뇨레죠, 오르베리타를 들렸다 아시시까지 가는 바쁜 일정이다. 숙소에서 제공해 준 쿠폰으로 근처 바에서 아침으로 카푸치노와 도넛을 먹고 피틸리아를 나섰다.
치비타 디 반뇨레죠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청공의 섬 라퓨타>의 배경으로 알려진 도시이다. 지반 침하로 마을이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데, 새벽에는 주변의 안개로 마치 마을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입장료를 내고 다리를 건너면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마을은 중앙의 작은 광장과 성당, 그리고 주변에 상점 몇 개가 다였다.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왔는데 볼거리가 너무 없어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다리를 넘기 전 맞은편에서 치비타를 바라보는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
치비타의 입구는 주차하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마을 크기에 비해 구경하는 데 시간이 예상보다 더 소요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주차를 할 때 시간을 미리 예상하고 돈을 내는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 돌아올 때는 거의 뛰다시피 했다.
다음에는 근처에 있는 오르비에토로 향했다. 오르비에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수식어가 슬로우푸드밖에 없어 큰 기대 없이 점심만 먹으려고 했다. 운전을 하고 가고 있는데 저 멀리 산 위에 있는 어떤 도시가 보였다. 차 몇 대가 멈춰 구경을 하고 있기에 나도 잠시 길가에 주차를 했다. 멋있는 풍경에 감탄하고 있으니 옆에 있는 다른 여행객이 저 도시가 오르비에토라고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평점이 괜찮은 음식점은 모두 꽉 차 있었다. 거의 8군데는 가봤던 거 같다. 다행히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가 있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음식은 나쁘지 않았는데, 또 그렇다고 다른 곳에 비해 맛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광장에는 두오모가 있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들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든 치비타와 오르비에토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해 아시시까지 가는 길이 걱정이 되었다. 차로 2시간 정도 가야하는데 웬만하면 어두워지고 나서는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시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지인의 추천 때문이었다. 도시가 너무 아름다워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었다고.
아시시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까지 항상 언덕이나 절벽 위에 있는 도시만 보아 색다르게 느껴졌다. 성당과 성당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라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숙소는 아시시를 마주 보는 평지에 있어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숙소에 들어오는 길 양옆으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있었는데, 토스카나에서 사이프러스 나무 길을 보기 위해 고생한 게 생각나 조금 억울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내일은 로마에 오후 1시 30분까지 차를 반납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을 산책을 했다. 도시 전체적으로 작은 성당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저녁 미사를 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도시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