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022.10.10
Asisi, Rome
일어나자마자 성 페트로 성당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에 성당 외부만 보았을 때는 큰 장식이 있지 않아 소박하다고 생각했는데 내부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워 화려하지만 반짝이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성스럽게 느껴졌다.
올드타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는 페트로 성인이 살아생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숨을 거두었던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이 있다. 원래는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았지만 그 주변으로 큰 성당을 지은 거라고 한다. 작은 성당 안에서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천주교인이 아니지만 지금 이곳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곳이라는 걸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로 토스카나 일정은 끝이 났고, 차 반납을 하기 위해 로마로 향했다. 걱정만큼 로마 시내는 복잡했다.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 지금 좌회전을 해도 되는 건지, 여기로 빠지면 되는 건지 확실하지 않아 정신이 없었다. 거기다 최근에 렌터카를 반납하는 곳이 바뀌어 떼르미니 역 근처를 세 번 정도 돌았던 거 같다. 그래도 어떻게 차는 잘 반납할 수 있었다. 계산해 보니 일주일 동안 750km 정도를 운전했다. 왠지 좀 더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숙소에 짐을 놓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로마에서는 까르보나라가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맛있다는 음식점을 찾아갔는데 바리에서 먹은 까르보나라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평범했다.
로마는 예전에 와본 적이 있어 다시 가고 싶었던 곳들만 들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은 트레비 분수였다. 특별히 좋은 추억이 있어서는 아니고, 저번에 동전을 한 개 던져 다시 로마에 오게 되었으니 이번에도 한 개를 던지고 싶었다.
다음으로는 캄파돌리아에 갔다. 전에는 너무 더워 멀리서만 보고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올라가 보기로 했다. 위에 올라서니 낮은 건물들 사이에 동글동글한 성당의 돔들이 보였다.
여행의 마지막 저녁으로는 간단하게 프로슈토와 와인을 마시고 싶었다. 역 근처에서 가장 큰 마트에 갔는데 어떤 분이 주문을 많이 하셔서 직원이 열심히 고기를 썰고 있었다. 아마 프로슈토 세 종류를 1kg씩 주문했던 거 같다. 그것도 얇게 썰어서! 15분 정도 기다리다가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숙소 바로 밑에 있는 슈퍼에서 프로슈토를 팔고 있었다. 겉에서 봤을 때는 작아 보여 프로슈토는 팔지 않을 거 같았는데 말이다…!
이탈리아의 많은 도시들을 경험해 보고 다시 온 로마는 이탈리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일단 음식점에서 물을 시킬 건지 물어보지 않고, 자릿세를 받지 않고, 첫 번째 코스와 두 번째 코스가 같이 나오고, 역사가 깊은 에스프레소 바에도 멋있는 정장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들이 없다. 그리고 숙소에 와인 잔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