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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동이네 Aug 04. 2022

그래, 너도 애기니까

이 말고 무엇이 더 별 것이겠나

지금 창 밖, 뜨겁다 못해 불탈 것 같은 이 뙤약볕 아래에서 그 뜨거움만큼의 열정으로 매미들이 울어대고 있다.

다들 여름 휴가들은 잘 다녀 오셨는지...

한창 아이 키우면서 힘들고 젊었을 땐, 아이 다 키우고 나면 여름 휴가를 가더라도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좀 고상하고 느긋하게 쉬다 오리라 맘 먹었었는데 난 올 여름도 그렇지 못했다.

달랑 하나 있는 아들은 대학 다니느라 자취를 시작한지 오래이고 올 여름 휴가 여행엔 동참조차 하지 못했건만, 그럼에도 나는 젊어서처럼 애들 위주의 휴가를 계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이 별건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 

집이 별건가, 오순도순 모여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음 되는 거.

학벌이 별건가. 내 나이 50 되도록 살아보니 어느어느 학벌이 중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 하나 다스리고 수련하는 공부가 더 중하더라.


..하지만 가족은 별거다.

가족이란 그 존재 자체로 서로가 서로를 의미있는 존재로 남게 한다. 

때로는 다투고 경쟁도 하지만 그 깊은 바닥에 넘쳐 흐르고 있는 사랑과 수용은 그 어떤 못난 감정들도 무색케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하겠지만 내게도 가족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 가족이란 것이 꼭 핏줄로, 혼인으로 이어져야만 가족이던가, 정주고 사랑하면서 살면 가족이지.

그래서 우리집 깜동이는 이미 가족이다. 

올해로 9살,  개 나이 9살을 노견이라고 하기엔 깜동이가 살짝 억울할 수도 있겠다.

깜동이가 어릴 땐 진짜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런데 지금은 애틋하다. 노견은 그야말로 사랑이다.

어느 광고에 나오는 노래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래, 말이 그리 무슨 소용이 있던가, 눈빛으로 몸짓으로 존재 자체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이고 의지처인데.


그래서 올 여름 휴가는 깜동이를 위해 반려견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선택했다.

사람들이 북적였고 그들이 데리고 온 반려견들로 북적였다.

내가 소싯적 꿈꾸던, 내가 나이 먹으면 즐기리라 했었던 그 고상하고 느긋한 여름 휴가는 이미 남 일이 되어 버렸고 매일을 하루같이 가족들을 기다리고 반겨주는 깜동이를 위해 나는 올여름 치열한 여름 휴가를 선택했다.


그 숙소에 온 다른 집들은 젊은 부부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왔거나, 연인들이 그들의 반려견을 데리고 왔더랬다.

우리 집만 늙수구레한 부부 달랑 둘이서 늙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그 숙소의 젊은 사장님 말씀, ‘아이구~ 보기 좋으십니다.~’

헉, 도대체 무엇이 그 사장님 눈에 보기 좋으셨을까 싶었지만 이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젊은 사람들과 그들의 어린 아이들, 젊은 연인들과 그들의 반려견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는 늙은 부부와 늙은 개 한 마리.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나고 그렇게 말씀하신 사장님 마음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매일을 하루같이 가족만 기다리고 가족만 생각하는 우리 깜동이에게 우리 부부는 이미 가족이고

우리 부부에게도 역시 깜동이는 가족이다.

그러니 우리 부부는 애들 위주의 여행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3일을 수영도 하고 맛난 것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즐겁고 또 치열하게 휴가를 보냈다.     


그래, 돈도 집도 학벌도 별게 아니지.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함께하는 가족이 별 거 인게지.

소싯적 내가 꿈꾸었던 고상하고 느긋한 여름 휴가는 아직도 나의 버킷리스트로 남게 되었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랑 주고 사랑 받는 가족이 있음에 더 할 것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이 말고 무엇이 더 별 것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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