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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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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동이네
Feb 06. 2024
나의 늙은 개
네가 있어 내 세상이 아름답다
나는 늙은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녀석은 우리 나이로 이제 11살이 되었다.
생후 70일 가량 된, 체중이 600그램 정도 되었던 녀석을 데리고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턱밑에 흰수염이 가득한 늙은 개가 되었다.
그런데 녀석이 나이를 먹다보니 해가 갈수록 더 따뜻한 곳을 밝히고 더 포근한 이불 속을 밝힌다.
녀석이 이리 나이를 먹는 동안 나도 똑같이 나이를 먹은 탓에 녀석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바가 아니니, 사람이나 동물이나 늙으면 다 비슷해지나보다.
사람이나 개나 나이를 먹으면 따뜻한 곳이 좋다.
창가 자리도 볕 좋은 곳만 고른다.
녀석은 나의 첫 개다.
이 녀석 전에는 내 평생 개를 키워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아예 어린 시절 병아리 한 마리조차 키워본 적이 없었다.
그냥 막연히 동물이 귀여웠고 사랑스럽긴 했었다.
그런데 막상 키워보니 짐승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사람 같은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아니 어떨 때는 사람보다 더하다.
별 티를 내고 있지 않은 날조자 미묘한 내 감정을 느끼고 곁에서 묵묵히 있어 주고 나를 살피며 교감한다.
가족들도 각기 제 할일에 쫓기고 바삐 살다보면 하루 종일 있어도 사실 전화 한통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그것이 서운할 일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살 때 녀석만큼은 평생이 한결 같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녀석과 함께 사는동안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살아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달라졌다.
그저 길 위의 길냥이,
그저 옆 집의 누렁이,
그저 보도 블록 틈을 비집고 나온 작은 민들레,
또 그 옆을 지나는 까만 개미였던
생명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의미를 담고서 내 눈에 들어온다.
길냥이는 길 위의 삶이 녹록치 않았을 것이고,
옆 집의 누렁이는 그나마 주인 아주머니가 많이 챙겨주고 계시니 너는 되었다 싶고,
작은 민들레야, 너는 너른 풀밭에 뿌리를 내리지 그랬니 싶고,
개미는 사람들 발에 밟히지 않게 조심해서 다녀라 싶다.
이 무슨 오지랖일까 싶은 마음에 혼자서 몰래 웃는다.
작은 민들레야, 너른 풀밭에 뿌리를 내리지 그랬니
녀석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을 한 마디 말도 없이 가르쳤다.
이래서 나에겐 개라는 동물이 매우 특별하다.
11년을 함께 살며 같이 늙어가는 동안
나는 이제 50을 훌쩍 넘어 검었던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고
개도 11살이 되어 턱 밑에 흰 수염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세월만큼 신뢰와 사랑이 깊어졌다.
낮에 날씨가 따숩길래 녀석이랑 산책을 나갔다.
볕이 좋아 볕을 등에 지고 녀석과 함께 있었는데
녀석도 볕이 따숩게 느껴져 좋았는지 갈 생각을 않고 한참을 얌전히 서 있길래 그것이 또 기특해 사진으로 한 장 남겼다.
사진 속의 그림자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오래 오래 함께하길 빌어본다.
우리 이렇게 오래오래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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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평범하고 평온한 삶이기를 원하는 두동이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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