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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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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스케치북 Feb 26. 2019

그리운 그림

요즘은 카페에서 수업을 한다. 학원에서 할 때보다 분위기도 좋고 자유롭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가꾸는 친구들이다. 지금은 동그라미와 네모를 배우고 있지만 그들의 무기 '젊음'은 그림을 곧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들이 그림에 몰입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쏼라쏼라소리가 들린다. 멍하니 그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영어 말하기 동아리인듯하다. 서양인 동양인이 섞여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한다. 한국사람인데 미국 사람 같다. '어쩌면..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문득 신기하고 부러운 마음에 혼잣말이 나왔다. 그림 그리던 친구들도 그쪽을 본다. 역시나 감탄한다.

"그치? 어쩌면 저렇게..." 나는 다시 말했다.

"샘도 제가 보기엔 어쩌면... 저렇게... 에요~"

"응?"

"저는 쌤이 슥슥 그리는 게 저만큼 신기해요.



중학교 때 영어와 한문을 처음 배웠다. 공부를 잘한 편이 아니라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헌데 두 가지가 떠올랐다.

'Everyone can do something well'

'三人行, 必有我師'

누구나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다.

세명이 길을 가도 반드시 스승이 있다.



집으로 와서 10여 개월 만에 스케치북을 열었다. 미완성된 그림이 있다. 완성했다. 역시 몰입되고 즐겁다.

다른 잡다한 것들이 나를 잡고 있어서 그림을 쳐다보지 않았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인데 썰렁하다. 다음부터 풍경 속에 사람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에게 단순한 그림의 스킬을 가르친다. 그들이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하고 격려한다. 내가 스승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내가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었다. 그들이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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