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단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쟁이 Nov 08. 2021

광대

양 볼의 광대뼈를 어루만지며 모든 복잡한 생각을 접었다

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더니 아무리 똑바로 봐도 읽히는 게 없길래 쌓아두었던 물음표들을 하나하나 직구로 날렸다. 남들이 장점이라고 말하는 나의 솔직함은 사실 눈치 없고 감도 잘 안 맞는 자의 대안적 생활기술이 아닐까. 이 시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대방의 다정한 마음과 배려가 느껴져서 몇 번이나 튀어나가는 내 말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다시 집어넣었다.


나는 혹시 호기심에 넘치는 걸까, 동경하는 걸까, 의심하는 걸까, 그저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싶은 걸까, 이 모든 것이 다 복합적으로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다른 어떤 맘일까. 내가 읽어야 할 건 상대방이 아니라 내 마음인 게 분명했다.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신나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탐험하며 오후를 다 보냈는데 별안간 광대가 욱신거렸다. 몇 시간 동안 너무 과도하게 웃은 탓이었다. 평소에 잘 움직이지도 않는 안면근육을 이 정도로 활용하게 하는 사람인데, 더 읽고 말고 할 게 있나. 생각해 보면 그동안 함께 한 모든 일에 힘껏 웃을 일만 있었다. 양 볼의 광대뼈를 어루만지며 모든 복잡한 생각을 접었다. 나는 내 눈을 볼 수 없으니까, 대신 광대를 믿어야지.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웃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즉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