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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Jul 26. 2022

다이어트: 자연스럽고 건강한 생활패턴 개선

이거야말로 건강을 위한 식습관과 생활패턴 개선 아닌가

“뭐야악!!”


며칠 전, 오랜만에 열어 본 스마트 체중계 앱에서 완만하고 꾸준한 상승곡선 그래프를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스무 살 때 키 성장이 멈춘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디지털 숫자는 75일 전과 비교해서 3.8kg, 마지막으로 몸무게를 쟀을 때보다는 1.1kg이 증가한 수치라는 친절하고 뼈아픈 설명이 붙어 있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분명히 하자면, 75일 전에도 그 그래프는 상승세였다.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근력운동 한 다음에 체중을 재니까 운동 직전보다 1kg이 더 늘던데, 나도 꾸준한 필라테스로 알게 모르게 근육량이 늘어서가 아닐까.’


그러나 찰나의 긍정 회로는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바디라는 기계 앞에서 고장나버렸다. 생애주기 중 노화가 급격해지는 ‘꺾인 점’ 중 하나가 36세 언저리라는 출처 모호한 전문가의 말이 있다. 그 자연스러운 노화의 길목을 지나왔으니 아주 자연스럽게 근육량은 감소하고, 그게 곧 기초대사량의 감소로 이어졌겠지. 쉽게 말해 ‘젊었을 때’ 먹던 대로 먹고 살던 대로 살면 자연스럽게 살이 찔 수밖에 없는 몸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셈을 해보지 않아도 매일 하루씩 노화되는 건 나도 아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고 결연하게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당장 거창하게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까지의 내 삶에 아주 멀리 있었던 ‘다이어트’ 혹은 ‘체중감량’이라는 그 단어가 갑자기 중요해지는 것은 어쩐지 자존심이 상했다. 외모에 기인한 자존심과는 달랐다. 파고들면 그 자존심은 사회의 고착화된 아름다움의 개념과 억압적인 여성성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내 몸을 자연스럽게 두겠다는 일종의 자기 선언에 기반했고, 살을 빼기 위해 몸을 가꾸겠다는 결심은 (어디에도 공표한 적 없지만) 그 선언을 철회하고 어딘가에 굴복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있는 필라테스도 살을 빼려는 게 아니라 근력과 밸런스를 위한 거라고 늘 말하고 다녔던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자존심이 분명 깔려있었을 것이다.


‘그래, 거창한 거 말고, 자연스럽게 하는 거야!’


자연스럽게, 그게 중요했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량을 눈에 띄게 늘리지 않으면서, 이거 못 먹고 저거 못 먹는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균형 있는 삶의 결과물을 내는 것. 그 자연스러움을 구현할 방법은 간헐적 단식의 한 종류인 1일 1식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신진대사가 느려서 점심과 저녁 식사 간격이 너무 짧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사무직 현대인이 농경사회의 풍습인 하루 세끼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지. 어차피 출근 준비하다 보면 아침 거르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고, 배가 고플 때쯤 거한 점심 식사를 때린 뒤 저녁에는 대충 물배 채우면서 버티다가 일찍 자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다. 이거다. 늦게 자는 습관도 이참에 고칠 수 있을 것 같고, 전에 일본 어느 장수마을 나오는 프로그램 보니까 장수 비결이 소식(小食)이라고 하던데, 이거야말로 건강을 위한 식습관과 생활패턴 개선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도 저렇게 생각해도 내겐 너무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방법이었다.


혼자 있는 며칠간 1일 1식은 아주 순조로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마시고,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콤부차를 한 잔 마시고, 점심을 너무 정오에 시간 맞춰 먹으면 오후가 힘들 수 있으니까 자두를 한 개 먹고, 에너지를 내는 건 좀 필요하니까 계란을 한 개 정도… 옆에서 누가 초콜릿을 권하는데, 1일 1식 할 때 따로 식단 조절할 필요는 없는 거 맞겠지? 밥이 아니니까 몇 개 주워 먹고…. 드디어 대망의 점심시간! 배가 불러서 허리가 꺾이도록 든든히 먹고, 바로 앉으면 소화가 안되니까 조금 걷자. 편의점 신상 나왔네! 아 슈퍼 말차랑 콜라보한 티라미수가 용케 남아있네 그럼 내가 챙겨야지… 그냥 먹으면 서운하니까 커피랑 같이 먹자. 휴,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살만하네.


“나 1일 1식 잘하고 있는 거겠지?”


어디까지를 ‘식’으로 볼 것인가 잘 정의해야 한다는 친구에게 답이 정해진 질문을 했다.


“생각하고 있다는 게 이미 반은 한 거야.”


‘아, 역시 그랬구나…. 반 했구나. 반이었구나. 1일 1식이 아니라 1일 0.5식이었네. 어쩐지.’


자연스럽게 냉장고 문을 연다 0.5식 더 먹어야 1일 1식이니까, 오늘도 성공이다 절대 다이어트나 체중감량이 아닌 자연스럽고 건강한 생활패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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