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신림동에서
집으로 가는 길.
버스를 탔다.
대 여섯 시 정도 되었을까.
퇴근 시간대.
지금은 나는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좀 더 일찍 나올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편안하게 앉아서 가니 뭐...
몇 정거장 가다 보니
내 옆에 한 초등생이 서 있었다.
요즘 전형적인 초등학생.
하얀 얼굴.
안경.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노는 아이들이 잘 안 보인다.
경험컨대 많이 뛰어놀아도, 공부 잘할 수 있는데...
아이가
유리창에 작은 네모를 하나 조심스레 그렸다.
내가
그 네모에 슥슥 선을 그어 입체로 만들었다.
그 아이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이번엔 내가
동그라미 두 개로 시작해 눈 사람을 그렸다.
그 아이가
코와 입, 귀여운 귀를 그리고 단추도 달아 주었다.
같이
강아지도 그렸다.
몇 정거장 지나
그 아이가 이제 내린다고 한다.
잘 가.
아이가 인사를 하면서 조용히 웃었다.
수줍은 성격의 아이 같았는데
기분이 몹시 좋아 보였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버스 안에서 펼쳐진
한 겨울의 즉흥 콜라보레이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on 공부
학교수업과 복습.
두 가지 도구만으로도 상당히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공부라는 그림.
게다가
인공지능, 집단 지능의 시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릴 때는
꽃보다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