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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Jan 27. 2016

함께 그림을 그렸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집으로 가는 길. 


버스를 탔다.

대 여섯 시 정도 되었을까.


퇴근 시간대.

지금은 나는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좀 더 일찍 나올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편안하게 앉아서 가니 뭐...


몇 정거장 가다 보니

내 옆에 한 초등생이 서 있었다.

요즘 전형적인 초등학생.


하얀 얼굴.

안경.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노는 아이들이 잘 안 보인다.

경험컨대 많이 뛰어놀아도, 공부 잘할 수 있는데...



아이가 

유리창에 작은 네모를 하나 조심스레 그렸다.


내가 

그 네모에 슥슥 선을 그어 입체로 만들었다.


그 아이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이번엔 내가 

동그라미 두 개로 시작해 눈 사람을 그렸다.


그 아이가

코와 입, 귀여운 귀를 그리고 단추도 달아 주었다.


같이

강아지도 그렸다.



몇 정거장 지나

그 아이가 이제 내린다고 한다.


잘 가.


아이가 인사를 하면서 조용히 웃었다.


수줍은 성격의 아이 같았는데 

기분이 몹시 좋아 보였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버스 안에서 펼쳐진

한 겨울의 즉흥 콜라보레이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on 공부


학교수업과 복습. 

두 가지 도구만으로도 상당히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공부라는 그림.


게다가

인공지능, 집단 지능의 시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릴 때는

꽃보다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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