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알못의 게임로그 #23: <사일런트 힐 2>

Silent Hill 2 (2024)

by 해도연

겜알못의 게임로그

M3 맥북에어와 A17 Pro 아이패드 미니, 그리고 엑스박스 시리즈X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


|타이틀| 사일런트 힐 2 (Silent Hill 2)

|최초출시일| 2024년 10월 8일

|개발사| Bloober Team

|유통사| Konami Digital Entertainment

|구입처| Microsoft Store (Xbox)

|사용기기| 엑스박스 시리즈X, 엑스박스 시리즈X|S 컨트롤러


<사일런트 힐 2(Silent Hill 2, 2024)>는 공포 게임이라는 틀을 통해 한 사람의 내면을 잔인할 만큼 끝까지 파고드는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안개 낀 마을과 폐허, 괴물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외면해 온 감정과 기억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한 존재였다는 게 인상 깊었고요. 조금 아쉬운 점은 있지만, 공포와 서사, 공간과 감정의 균형 면에서 최근 해본 작품들 중 가장 깊게 남은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1. 영화 <사일런트 힐>
2.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그리고 시리즈X
3. 이야기: 제임스와 에단, "내 아내 어딨어?"
4. 괴물, 그리고 사일런트 힐
5. 그들만의 사일런트 힐
6. "그게 사실이라면, 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
7. 퍼즐과 전투
8. 마무리
9. 영화 <리턴 투 사일런트 힐>


1. 영화 <사일런트 힐>의 기억

영화 <사일런트 힐>

2006년에 영화 <사일런트 힐(Silent Hill, 2006)>을 봤습니다. 게임이 원작이라는 건 몰랐고요. 영화의 내용이나 설정이 조금 난해하긴 했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비주얼, 쫄깃한 긴장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안개로 뒤덮인 마을, 종소리와 함께 달라지는 풍경,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기묘한 괴물들, 그리고 오묘한 결말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요. 특히 얼굴 없는 간호사와 삼각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이후로 오랫동안 <사일런트 힐>은 제게 잘 만든 호러 영화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이후에 속편이 나오기도 했는데 평가가 매우 나쁘다는 소식을 미리 접하고는 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다시 <사일런트 힐>이라는 제목을 다시 접하게 된 건 2024년 겨울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게임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대표작이라고 불리는 <사일런트 힐 2(2001)>의 리메이크가 나왔다는 소식을 통해서였죠. 이미 게임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고, 영화 <사일런트 힐>을 재밌게 봤었기에 제법 관심이 생겼지만, 아주 당연하면서도 아쉽게도 macOS로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저로서는 플레이해 볼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럴 땐 일부러라도 일찌감치 관심을 끊어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지요. 실제로 그렇게 했고요.


2.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그리고 시리즈X

2025년 11월 21일, <사일런트 힐 2>가 엑스박스로도 발매되었습니다. 콘솔에 한해 플레이스테이션 기간 독점이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소유 게임 스트리밍(Stream your own game) 대상이어서 게임을 구입하고 게임패스를 구독만 한다면 엑스박스가 없어도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마침 출시 기념 할인도 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지난 여담에서 썼던 것처럼, 클라우드를 통한 콘솔 없는 콘솔 게이밍이라는 스타일을 시험해 보자는 생각에 <사일런트 힐 2>와 올해에 나온 사일런트 힐 f(Silent Hill f, 2025)를 번들로 구입하고 게임패스를 구독했습니다. 그렇게 플레이를 시작했지요.

<사일런트 힐 2>

그리고 역시 여담에서 썼던 것처럼, 결국 엑스박스 시리즈X를 구입해 콘솔에서 즐기는 쪽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과는 별개로, 게임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3. 이야기: 제임스와 에단, "내 아내 어딨어?"

<사일런트 힐 2>는 사일런트 힐이라는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그곳으로 와달라는 아내의 편지를 든 제임스 선덜랜드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문제는 제임스의 아내 메리 선덜랜드는 이미 3년 전에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그렇게 사일런트 힐을 방문한 제임스는 그곳에서 어딘가 수상한 사람들과 음산하기 짝이 없는 마을, 기묘한 현상, 그리고 흉측한 괴물들을 조우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오직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 모든 것들을 뚫고 지나가려고 하는 게 게임의 기본적인 전개입니다.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과 제법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물론 <사일런트 힐 2>의 원작이 훨씬 더 먼저 나왔지만요). <바이오하자드 7>에서도 주인공 에단 윈터스는 3년 전 실종된 아내 미아 윈터스가 보낸 편지를 받고 아내를 찾으러 나섰다가 수상한 사람들, 음산한 저택, 기묘한 현상, 흉측한 괴물들을 조우하게 되지요. 그리 드문 설정은 아닌지, 인터넷을 보니 '내 아내 어디 있어' 복장이라는 것 떠돌더군요.


"내 아내 어딨어" 복장

하지만 제임스와 에단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7>의 에단은 본질적으로 선한 인물이었어요. 입이 좀 거칠기는 해도 오직 아내 미아를 구하겠다는 일념하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견뎌내죠. 심지어 미아가 그 비극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아내를 끝까지 지켜냅니다. 그 와중에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돕기도 하고요.


반면 <사일런트 힐 2>의 제임스는 다릅니다. 언뜻 차분하고 금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는 욕망을 품고 있었고 그걸 해소하려고 했으며 이기적인 이유로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엄격한 선을 들이밀자면 그는 그리 도적적이지 않은 데다 엄밀하게는 범죄자이기도 하고요. <바이오하자드 7>에서 에단을 곤경으로 밀어 넣은 것들은 모두 에단 본인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외부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들이었지만, <사일런트 힐 2>에서 제임스를 악몽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 사일런트 힐이라는 공간에서 그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를 공격하던 모든 것은 그 자신의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탄생시킨 것이었어요.

에단 윈터스(왼쪽)과 제임스 선덜랜드(오른쪽)

에단은 다양한 괴물들을 처음 목격할 때마다 온갖 욕설을 뱉어내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는 반면, 제임스는 그저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만 잠깐 놀랄 뿐, 이상할 만큼 차분하게 그들을 마주하고, 공격할 때는 역시 이상할 만큼 분노의 감정이 섞여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임스 본인도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초반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사일런트 힐에서 겪고 있는 일에 대한 제임스의 태도 속 위화감이었어요.


분명 말도 안 되고 목숨을 위협받는 일을 겪고 있는데도 굉장히 담담하게 행동합니다. 에단에게는 위기에 빠진 아내를 구해야 한다는 명확한 명분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퇴로가 차단되어 버렸기에 어쩔 수 없이 나아가야만 했던 반면, 제임스는 죽은 아내에게 편지가 왔으니 확인하러 가야 한다면서도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고, 당장 도망치는 게 현명한 상황이고 당장 도망칠 수 있는데도 계속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요.


또한 다른 인물들을 만났을 때는 그저 낯선 이웃을 만난 것 정도로만 안부를 주고받아요. 산성 용액을 뿜는 머리 없는 괴물과 움직이는 마네킹, 날붙이를 든 미친 간호사, 쇠꼬챙이를 들고 다니는 거인이 돌아다니는데도요. 그렇다고 괴물이 있다는 걸 서로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에는 그냥 게임적 허용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제임스는 사일런트 힐에서 겪고 있는 모든 일이 지극히 사적인 재앙이라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직접 맞닥뜨려야 할 내면이 지옥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런 태도가 가능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집 화장실 배관이 터져 거실까지 물바다가 되었다고 지나가던 이웃 사람에게 대재앙이라고 울부짖지 않는 것처럼요. 안젤라나 에디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겐 그들만의 문제가 있을 테고요.


제임스의 가장 큰 죄악이자 최종 보스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여기서 직접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걸 알고 플레이했음에도 여러모로 놀라웠습니다. 아마 훌륭한 연출과 정교한 게임 디자인의 힘이겠지요.


<사일런트 힐 2>에는 여덟 개의 엔딩이 있고, 저는 그중에서 아마 가장 무난했을 '작별 엔딩(Leave Ending)'을 봤습니다. 1회차에서 볼 수 있는 엔딩은 세 가지인데, 개인적으로는 작별 엔딩이 가장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이별 엔딩(왼쪽)과 평온 엔딩(오른쪽)

다른 엔딩 영상을 모두 찾아봤는데, 여덟 개 전체에서는 '평온 엔딩(Stillness Ending)'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1회차에서 볼 수 있는 '물 속 엔딩(In Water Ending)'에서 약간의 대사와 장면이 추가된 게 전부인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게 바뀌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이걸 보기 위해서는 먼저 '물 속 엔딩(In Water Ending)'을 보고 한 번 더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도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결말까지의 전개는 모두 똑같고 플레이 스타일과 일부 선택지에 따라 최종 보스 클리어 후의 컷신만 달라지는 것뿐이라서요.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게임 플레이 중간에 어떤 서사적 선택지가 있고 거기에 따라 서사적 필연으로 엔딩이 달라진다면 당장 다시 해보고 싶었을지도요. 그저 다른 엔딩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롭게 구성된 이야기를 직접 겪는 느낌으로요.


저는 사실 지나치게 많은 멀티 엔딩이나 자유도 높은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손 끝에서 잘 짜인 플롯과 이야기가 몇 개 준비된 것이라면 꼭 해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사일런트 힐>은 엔딩의 숫자는 적당했지만, 그 엔딩으로 이어질 선택이 게임 플레이에 좀 더 서사적으로 엮여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지금 상태로 이미 충분히 매력적으로 완결된 서사이기에 더 많은 걸 바라는 건 조금 욕심이고,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절실하게 그리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환자와 가족 간병인 사이의 복잡한 정서적 관계, 친족 성폭행과 가족의 방치, 따돌림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다루고 있었던 부분은 미처 예상을 못했기에 놀랍기도 했고요. 원작 시절부터 영화화 시도가 이어졌던 게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4. 괴물, 그리고 사일런트 힐

사일런트 힐은 그곳을 방문한 사람의 내면에 담긴 어떤 죄의식과 트라우마를 이끌어내 기묘한 공간과 기괴한 괴물로 형상화하고, 그것들을 몸과 눈으로 직접 맞서지 않고서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드는 공간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후에 나온 최신작인 <사일런트 힐 f>의 설정을 보면 사일런트 힐에만 국한되지 않는 어떤 현상으로 보이지만, 최초로 보고된 사례가 사일런트 힐의 경우였다 보니 '사일런트 힐' 현상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외부 사람들은 그저 주민 일부가 갑자기 안개가 보인다는 말을 하다가 의식을 잃는 현상으로만 보고 있고, 그 너머에 있는 괴물과 낯선 공간에 대해서는 모르지만요.


제임스가 사일런트 힐에서 조우한 괴물은 크게 나누자면 여섯 종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각자가 제임스 내면의 욕망과 죄책감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고요.


예컨대, 라잉 피겨는 간병 생활의 속박감, 마네킹은 성욕, 버블 헤드 너스(혹은 간호사)는 아내가 아픈 상황 속에서 간호사에게 성적 욕망을 느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 맨더린과 플레쉬 립은 제임스가 겪었던 언어적 폭력과 혼란스러운 심리, 그리고 그 유명한 사형집행인 삼각두는 자기 스스로를 심판하고 벌하고 싶다는 제임스의 욕망이라는 식입니다.

<사일런트 힐 2>를 대표하는 두 괴물, 버블 헤드 너스(혹은 간호사)와 사형집행인 삼각두

흥미로운 설정이었고, 나중에 관련 자료를 읽을 때 재미있기는 했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는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요소가 최종 보스전 직전에 드러나니까요. 물론 게임 중간중간에 복선이 있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립 클럽인 헤븐스 나이트를 방문하면 분실물 보관함에서는 제임스의 손가락에 있어야 할 결혼반지를, 객석 구석에는 스트리퍼의 것으로 보이는 간호사 복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제임스의 내면이 투영된 공간이라는 걸 생각하면, 제임스가 아내와 사일런트 힐에 여행을 왔을 때 몰래 스트립 클럽을 들렀으며 간호사 복장을 한 스트리퍼를 꽤 마음에 들어 했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더 많은 요소들이 게임 플레이 속에 녹아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임스의 내면이 투영된 괴물들이 그저 쓰러뜨리거나 피해야 할 적들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제임스의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건드리며 이야기의 중요한 굴곡을 만들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물론 이건 욕심입니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보니 바라는 게 더 많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제임스의 괴물에 대해 한 마디 더 얹자면, 그들 중 가장 무서웠던 건 시리즈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간호사나 삼각두가 아니라 마네킹이었습니다. 항상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공격을 하거나 혼자 도망을 가면서 가장 많이 놀라게 한 존재였네요. 게다가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5. 그들만의 사일런트 힐

사일런트 힐에서 제임스는 네 명의 인물을 만납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안젤라,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보이는 에디, 메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제임스를 유혹하는 마리아, 그리고 메리를 알고 있는 듯한 장난꾸러기 소녀 로라.


게임이 진행되면서 그들 모두가 사일런트 힐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특히 안젤라와 에디는 그들만의 공간 속에서 그들만의 괴물을 상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제임스의 이면 세계는 모든 것이 오염되고 녹이 슬어버린 듯한 곳이지만, 안젤라의 이면 세계는 모든 것이 불타오르는 공간이며, 에디의 이면 세계는 반대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공간입니다. 하지만 모두 사일런트 힐이라는 공간에 있는 만큼, 그들의 세계가 겹쳐지기도 합니다. 안젤라의 내면이 만들어낸 괴물이지만 제임스를 공격했던 추상적인 아빠(Abstract Daddy)처럼, 그리고 에디의 냉동 창고 격투처럼요.


그래서 그들과의 마지막 만남이 지나고 나면, 그들도 그들 나름의 게임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들 너머에도 어떤 플레이어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마리아의 경우에는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네요. 다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팜므파탈 같은 행동 사이로 가끔 드러나는 어딘가 선하고 약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로라에 대한 태도에서 특히 그랬고요. 마리아는 로라에게 낯선 어린아이 이상의 감정이나 정보가 없어야 하지만, 분명 그 이상을 갖고 있었지요. 어쩌면 제임스의 사일런트 힐에 투영된 건 제임스의 내면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왼쪽 위부터 안젤라, 에디, 마리아, 로라

다만 한 가지 궁금했던 건 로라의 사일런트 힐이었습니다. 로라에게는 다른 어른들의 괴물이 보이지 않았을 거고, 죄책감 없는 아이인 만큼 자신의 괴물도 보이지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로라는 안개로 뒤덮인 사일런트 힐에서 도대체 무엇을 봤을까요? 로라는 어떻게 사일런트 힐의 안개 세계까지 들어와 그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걸까요?


6. 그게 사실이라면, 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이별 엔딩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별 엔딩에서 메리는 자신의 이기심과 그로 인해 저지른 죄를 고백하는 제임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
"If that's true, then why do you look so sad?"


제임스는 자신이 품었던 끔찍한 진심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지요. 하지만 그의 슬픈 얼굴은 그것이 과연 그의 유일한 진심이었을지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사실 진심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호한 것이기도 하고요. 어제까지 진심이라고 생각했던 게 오늘 아침에 바뀌기도 하니까요. 이건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라는 후회하는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내면에는 전혀 상반된, 모순된 진심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를 낳은 걸 진심으로 후회하는 동시에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요. 그저 이기적인 진심 하나가 아니라, 메리와 자신에 대한 서로 모순된 두 개의 진심이 하나로 엮여 제임스를 옭아맨 밧줄이 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임스는 마침내 그 밧줄을 완전히 끊어내면서 메리의 미자막 유산과 함께 사일런트 힐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거고요. 적어도 이별 엔딩에서는요.


7. 퍼즐과 전투

일단은 게임이니까요. 퍼즐과 전투 모두 재밌었습니다. <바이오하자드>나 <데드 스페이스> 같은 다른 공포 게임과는 달리 근접전 중심이라 더 신선하기도 했고요. 워낙 흙손이라 전투 난이도는 보통에서 시작했다가 쉬움으로 내렸습니다. 그런데 탄약과 회복약이 제법 넉넉하게 나와서 보통 난이도로 해도 됐을 것 같네요. 2회차를 하게 되면 그때는 보통 난이도로 해봐야겠습니다.


8.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바이오하자드 빌리지(Resident Evil Village><바이오하자드 RE:4(Resident Evil 4>,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이후로 공포와 서사, 캐릭터와 세계관의 균형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아쉬운 점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이건 오히려 굉장히 만족스러웠기에 특히 눈에 띄었던 거고요.


최신작인 <사일런트 힐 f>도 번들로 함께 구매기에 플레이할 날이 굉장히 기대됩니다. 지금은 2월로 계획하고 있고요. 다만 <사일런트 힐 2>는 다회차 플레이가 선택지인 반면, <사일런트 힐 f>는 적어도 3회차까지 가야 제대로 된 결말을 볼 수 있다길래 조금 걱정입니다. 그렇게 연이어서 해본 적은 없어서요. 결말 컷신 말고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으니 그냥 유튜브 영상만 봐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어서 고민되네요.


9. 영화 <리턴 투 사일런트 힐>

영화 <리턴 투 사일런트 힐>

2006년에 봤던 영화는 <사일런트 힐> 1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 <사일런트 힐 2>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리턴 투 사일런트 힐(Return to Silte Hill, 2026>이 개봉한다고 하네요. 감독은 같은 사람이지만 영화 자체는 독립적인 작품이라고 하고요. 재미있는 건 <사일런트 힐 2> 리메이크와 <리턴 투 사일런트 힐> 영화의 제작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게다가 게임 속에서 로라 역을 맡았던 배우 이비 템플턴이 영화에서도 똑같이 로라 역을 맡는다고 하고요.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2에서 인상 깊게 남은 배우라서 기대가 됩니다.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으로서 게임 원작 영화를 기다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굉장히 낯선 설렘을 느끼네요.


게임 원작 영화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고, 2006년 영화 역시 공포 영화로서는 괜찮았지만 원작 게임 팬들에게는 악평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번엔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게임은 어마도 <1000xResist>입니다.

<1000xResist>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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