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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광 Feb 17. 2022

정신 건강과 인간 관계 함께 챙기기

정신 건강은 인간 관계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상황(狀況)이란 말이 있다. 이 단어를 모르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니, 모르고 있고, 알고 있고, 를 묻기 전에 우리는 이 상황이라는 단어를 흔하게 쓰고, 자주 쓰며,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의 폭과 장이 넓고 크다는 반증이라고 하겠다. 

상황과 유사한 단어로, 형편, 경우, 일, 입장 등이 있지만 상황만큼 객관성 있게, 그리고 객관적 거리를 둔 채 '상황'이란 의미를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상황실, 이란 말은 있어도 형편실, 경우실, 입장실, 이런 단어는 없다.

자는 개가 테이블 위에 올라 가있는 모양을 나타낸 상형자이다. 그래서 본래 의미가 '개의 형상'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개, 의 의미는 사라지고 단지 형상 또는 모양의 의미로만 쓰이게 되었다. 

況자는 물 수 자가 붙어서 비가 내리기를 바라며 축문을 외우는 사람, 기우제를 지내는 사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형 형 자가 입이 강조된 사람의 모양인 것이 이 의미와 아주 잘 어울린다.

어떤 비유적인 말들은 상황을 만든다. 

체코의 현대 소설 작가인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소설에서 이런 구절을 썼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은유는 영어로는 메타포(metaphor)라고 하는데, 여기서 메타(meta)라는 단어의 의미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가 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살펴보고, 조심스러워 하고, 또 조심스러워하는, 부끄럽고 쑥스럽거나, 어떤 위험에 처해서 지금 당장 쫓기고 있는 상황의 비유, 그것이 은유이다. 

그래서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풀이한다. 사랑은 하나의 상황과 또다른 하나의 상황이 서로 섞일 때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이 아닐까, 하고.

인간관계는 상황과 상황의 위치 관계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 건강은 이러한 인간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의존하기도 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완전히 서로 다른 것으로 되지는 못하는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또 만들어진다.

행복(幸福)은 인간 관계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행복은 정신 건강의 커다란 화두이자 하나의 목표나 목적이기도 하다. 국어 사전에서는 행복을 복된 좋은 운수, 혹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런 정의가 행복이 무엇인가, 하는 우리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줬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렵다.

사실, 행복이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관계의 측면에서 행복을 바라보려고 한다. 

관계에 대한 욕구는 인간으로서 가지는 일종의 본능이다. 즉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하기도 하는 데에서도 그러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관계가 잘 안 되는 상태는 생물, 동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잘 수행되고 있지 않은 일종의 병적 상태로 진단될 수 있다. 

그래서, 국어 사전에서는 '생활'이란 단어를 정의에 가지고 왔다고도 보이는데, 여기서 생활이란, 일상생활을 말하는 생활일 것이다. 병이란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에 어려울 정도의 증상을 말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지금 다소 이지적으로 인간 관계라는 대상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면, 그 접근법은 일종의 믿음 위에 서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우리의 믿음은 이러한 존재의 집이 지반을 두고 있는 땅과 같은 것이다. 

나는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했다. 싫어하는 것들을 치워보기도 했고, 좋아하는 것에 빠져 보기도 했다.

현재는 나의 어머니가 주로 중요한 것들을 메모장에 써서 집 안 이곳 저곳에 써서 붙여 둬서 집 안, 특히 거실이 이러한 메모장이 많아진 상태다.

우리는 이처럼 믿음을 활용하고, 또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중요한 지점은 그 믿음을 믿는 일이다.

일종의 메타(meta) 믿음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도 서서히 지워진다.

계속 신경 써주지 않으면 그 어떤 것이든 낡고 못쓰게 되어 버린다.

관리라는 것은 그만큼 주요한 지점이다.

우리는 믿음을 다시 믿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신 건강과 인간 관계는 함께 챙겨줘야 한다. 

믿음을 다시 믿고, 정신 건강과 인간 관계를 함께 챙겨주는 개인들의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 방법은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방안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1여년 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메모를 해서, 현재 전체 메모 총 개수가 5439개이다. 나는 네이버 메모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매일 매일 메모를 했고, 떠오를 때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서서 메모를 해 왔다. 메모를 쉰 날은 지난 1년간 하루도 없었다. 그만큼 메모는 내 일과에서 마음에 매우 가까웠다, 고 할 수 있다.

정신 건강과 인간 관계를 함께 챙기는 것은 단순히 유지 작업이 아니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적극적인 자기 계발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메모를 해나가면서 시를 창작하고, 중국어를 공부하는 새로운 취미를 발굴해내기도 했고, 현재는 새로운 취미 덕분에 매일의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또한, 공동 시집을 발간하면서, 구입한 공동 시집 30권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 하는 과정에서 인간 관계를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또 인간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모교에 다시 찾아갈 계기를 찾지도 못했을 것이며, 고교 때 친구와 다시 연락할 계기도 얻지 못했을지 모른다. 물론, 미래고 과거고 함부로 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지만, 다만 감사와 만족의 의미에서.

꾸준히 한다는 것은 단순히 믿는 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그 믿음을 다시 믿는 과정을 동반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전화위복도 맛보고 여러 가지 인생의 색깔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어떤 빛깔의 인생을 통과한다고 해도 꾸준함의 줄을 놓지 않고, 정성을 들이고, 정성을 쏟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구원받게 된다.

우리의 정신 건강은 어떤 때에, 혹은 때때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놓지 않는 이상에는 우리는 모두가 정녕 구원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정녕 믿음을 믿는 일이 될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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