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설가의 글로 소설가를 알지 못하며,
우리는 시인의 단어로 시인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는 가능합니다.
우리는 소설가의 문장으로 소설가를 잘 못 알 수 있고,
우리는 시인의 운율로 시인을 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림자로 사람을 알아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에게 글이라는 파편으로 사람을 읽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고귀한 존재를 바탕으로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가능하면 좋으련만 이것은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 몇몇 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그림자 혹은 그 사람의 파편으로는 그 고귀한 사람을 알아볼 수 없는 법입니다.
따라서 제 고민은 반복됩니다. 그러다 나온 제 답은, 인간에 대한 한 없는 믿음과 긍정, 그리고 파편들을 수집해 나가다 보면 전체는 몰라도 윤곽은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내가 직접 수집한 파편들, 그리고 보게 된 다면 그 사람 자체에 대한 내 직접적인 짧은 경험들까지 포함해서 교차시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 고되지만 보람된 여정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력은 제가 보려 한 그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 때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노력은 제가 되어 있고, 제 눈, 귀, 입, 손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소설가와 시인을 마주쳤을 때, 소설가와 시인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