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가 생기면 브랜딩 실패라 할 수 있을까?
오늘 회사 마케팅 팀원 분에게 질문을 하나 드렸습니다.
"OO님 뭐하나 물어볼게요. 브랜딩 하면서 안티팬 생기는 건 막아야 할 일일까요? 안티팬 =브랜딩 실패일까요?"
페이스북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양 쪽에서 돌아온 답변은 "브랜딩 실패"가 아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결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요?
예전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게 그렇게 '합리적'인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설명들은 저를 납득시키지 못했죠.
브랜딩에서 안티가 생기는 건 자연스럽다.
안티는 높은 인지도를 대변한다.
콘텐츠(제품)의 한계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원리를 팀원 분께 설명하려고 이 글을 적는 겁니다.
브랜딩은 회사나 제품의 정체성을 고객이나 대중에게 인식시켜 이를 통해 구매를 촉진하는 걸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에게 "국산 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각자 떠오른 이미지가 있을 거지만 어느 한 회사가 더 많이 언급될 겁니다. 그 회사가 바로 "국산 자동차"에 대해서 어느 정도 브랜딩을 한 거고, 이게 구매로 이어지면 성공적으로 브랜딩을 한 거죠.
반대로 '안티' 혹은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보죠. 애플은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폰이 나온 뒤로는 그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고, 꽤 많은 기자들은 할 일이 없으신지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혁신은 없었다"라고 디스를 하는 기사를 냅니다. 그러면서 "예전의 애플이 아니다"라고 하죠. 하지만 애플의 주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업계에 따르면 이번 아이폰SE는 양민 학살(?)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판을 아주 평정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기자들이 "혁신은 없었다. 예전의 애플이 아니다. 애플은 망했다"라고 할 때에도 애플의 두터운 팬층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왜 부정적인 평가가 이렇게 많은데도(기자들 뿐만이 아니라 애플을 싫어하는 분들은 많습니다) 애플이라는 기업은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올리고, 사업이 꽤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까요?
이유는 브랜딩의 원리와 사람의 마음 덕분입니다.
브랜딩을 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제품' 속성에 기반하게 됩니다.(정확히 말하면, 제품을 만들 때 특정 '속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속성을 정하기 위해서 고객 조사를 하고 제품(서비스)을 기획하게 됩니다. 이 속성을 메인 테마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내죠. 이 속성과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마법을 디자인하는 게 브랜딩이고 마케터가 할 일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어떤 사람은 "인간적이고 예의 바른 사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인간적이고 예의 바른 사람" 보다 "자기 개성이 강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자기 개성이 강한" 속성을 가진 제품/회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게 어필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강한 어필을 할 수 있죠. 이렇게 사람별로 선호하는 가치나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예전부터 개인 컨설팅을 할 때, 장점과 강점이 아니라 이걸 '속성'으로 보는 연습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 개념이 여기서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회사나 제품도 장점과 강점이 있는 게 아닙니다. 회사나 제품에는 '부정적인 평가'도 '긍정적인 평가'도 없습니다. 회사나 제품에는 오로지 '속성'만이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경제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미지의 제품은 결코 명품 제품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명품 이미지의 제품은 경제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미지의 제품이 될 수 없죠. 어떤 사람은 명품 이미지의 제품을 선호합니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이 두 사람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제품'을 보고 평가가 달라지는 겁니다.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제품을 보고
어떤 사람은 긍정적으로 다른 사람은 부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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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저는 참 이 비유를 자주 하는데 '동전의 양면'입니다. 동일한 제품/회사를 두고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이 두 가지 사람들의 반응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브랜딩은 마음에 대한 접근입니다. 그렇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마케팅의 '한계'가 아닙니다. 마케팅의 원리입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과 상호작용 하는 겁니다.
제가 하는 마케팅, VALUE DESIGN은 이 상호작용을 디자인합니다.
p.s. 제품 기획시 '한 가지 속성만' 가지고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지 않습니다.(오해 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