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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3 이 순간 : 슬픔의 흐름을 애정으로 전한다.

by 해이



글은 때때로 슬픔에서 시작하지만,
그 끝이 꼭 눈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순간 작가의 문장은 미움에서 출발해도,
언젠가 사랑 쪽으로 기울어가는 힘을 가진다.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한 끝,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을 오늘 만난다.





A. 시작의 이유


1. 글을 처음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글쓰기로 프리랜서가 될 수도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였어요. 현실이 힘들다보니 약간은 현실 도피를 꿈꿨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나이 든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는데, 글을 쓰는 노년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부터 ‘작가’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죠. 그래서 브런치 작가되기를 시도했는데, 실제 글을 쓰는 몇 달간의 과정이 생각을 바꾸게 하더라구요. 이제는 프리랜서, 출간 등의 목표가 아니라 글을 마음 편히 쓰려 합니다.(현실을 인식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ㅎㅎ) 구독자 수나 알림에 일희일비했던 저를 지나, 그저 꾸준히 써 내려가며 제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2.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감정이나 태도는 무엇인가요?


저는 글을 쓸 때 ‘이것이 진짜 나의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생각이든 경험이든, 그것이 정말 내 안에서 나온 것인지 스스로 묻곤 합니다. 사실 제가 잘 읽지 못하는 책들이 있는데요. 상담 일을 하다 보니, 취미로 읽는 책도 심리 분야의 책들이 많은데요. 심리 분야 책들 중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사례만으로 책 전부가 채워진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런 글이 잘 읽히지 않더라구요. 글이든 말이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들이 훨씬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글을 쓸 때는 내 생각을 남의 이야기로만 전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글, 그것이 제가 지키고 싶은 글쓰기의 태도입니다.


3. 당신의 글은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나요?


글은 언제나 그때의 나에게 꼭 필요한 곳으로 데려갑니다.

어린 시절엔 상상의 세계로, 지금은 더 단단하고 따뜻한 나 자신에게로, 그리고 내 삶 속의 소중한 반짝임들 곁으로요.


4. 글이 잘 써지는 시간대나 장소가 있나요?


저는 혼자인 순간에 글을 씁니다. 아이디어는 아침 산책 중이나 혼자 운전할 때 자주 떠오르고요. 실제로 글을 쓸 때는 도서관을 자주 찾습니다. 아파트 내 도서관, 동네의 작은 도서관, 구립이나 시립 도서관까지, 그곳들엔 늘 익숙한 고요가 있어서 좋아요. 도서관에 갈 수 없을 때는 짧은 생각을 틈틈이 메모하며, 짬나는 어디서든 글을 씁니다.


5. 당신의 글이 가장 자주 출발하는 감정은 어느 쪽인가요?


제 글은 주로 슬픔과 미움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사랑과 배려를 좋아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슬픔과 미움이 자리하고 있어 그 감정들을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상담이라는 일을 하다 보니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제 안의 슬픔과 미움뿐 아니라 타인에게서 전해진 감정에도 공명하며 글을 쓰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슬픔과 미움이 충분히 꺼내지고 다루어지면, 언젠가는 그 감정들이 제 안에서 사랑으로 바뀌어 또 다른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서 시작된 글쓰기는
노년의 자신이 글을 쓰는 모습을 떠올린 순간 ‘도피의 수단’에서

‘나를 기록하는 삶’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녀는 남의 사례가 아닌, 오직 ‘내 안에서 나온 문장’만을 자신의 글이라 부른다.
슬픔과 미움으로 시작된 문장은 지금의 자신을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한 자리로 이끈다.

“진짜 내 글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에서 끌어낸 문장일 때였다고 생각해요.”


▶ 요약 한 문장:
글은 현실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고, 나를 남기기 위해 붙잡아야 할 삶의 방식이 되었다.

▶ 느낌 한 줄:
타인의 언어를 거부한 순간, 그녀의 문장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었다.




B. 작가의 세계관과 개성

6. 당신의 글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인가요?


지금 제 글의 색은 ‘투명한 무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글을 쓰면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색보다는,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의 색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색이 많지만, 특히 원색의 노랑을 좋아해요. 조금은 유치한 병아리색 같기도 하고, 밝고 따스한 달빛 같은 노랑이기도 하죠. 그런 노란빛처럼 따뜻하고 솔직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7. 글을 쓸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나 이미지가 있나요?

제 글에는 ‘가족’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지는 않지만, 그 안에 포함된 부모와 자녀, 배우자,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자주 다룹니다. 지금 연재 중인 ‘상담자도 상담받나요?’* 외에도 딸에 대한 글을 자주 쓰고 있고요. 꼭 제 원가족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생과 부모의 관계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가족’이라는 주제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https://brunch.co.kr/brunchbook/hani6115



8. 독자들이 당신의 글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나요?


글의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흥미가 생겨야 끝까지 읽게 되니까요. 공감이나 재미를 느껴주신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사실 제 글의 조회 수는 아주 적지만요.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독자들이 제 글을 읽으며 ‘이야기가 궁금하다’,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는 마음이 들면 좋겠어요.


9. 글을 쓰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다면 각각 무엇인가요?


잃은 것은 시간적 여유이고, 얻은 것은 위로받는 경험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조금 더 바빠졌고, 예전처럼 아이들과 보내던 여유로운 시간이나 느긋하게 하던 일들을 이제는 순서대로 빠르게 해치우며 글 쓸 시간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있습니다. 힘들 때 글을 쓰며 스스로 위로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글을 쓰다 보면 마치 자가치유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더 분명해집니다.


10. 이건 다른 작가들과 차별된다고 생각한다, 하는 나만의 장점이 있나요?


차별점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제 글은 ‘쉽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발행 전까지 여러 번 읽으며 더 쉽게 다듬습니다. 어렵지 않다는 것, 그것이 제 글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노란빛처럼 따뜻하고 솔직한 글을 꿈꾸며, 그녀는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세계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조회 수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을 쓰고 싶고, 글쓰는 시간 대신 얻은 위로를 놓치지 않는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글,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글의 모습이다.

“제 글의 색은 아직 무색이지만, 언젠가는 따뜻한 노랑이 될 거라 믿어요.”


▶ 요약 한 문장:
그녀의 글은 무색에서 노란빛으로 나아가며, ‘가족’과 ‘위로’를 통해 독자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 느낌 한 줄:
쉽게 읽히는 문장 뒤엔, 스스로를 다독인 누군가의 조용한 체온이 깃들어 있다.




C. 작가로서의 목표와 애정


11. 글을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때 독서동아리에서 제 책을 만들어 전시했는데 철이들고 읽어보니 수치스러워서 버려 버렸거든요. 지금 쓰는 글들이 그렇게 버려져 녹슬지 않기를 바랍니다. 브런치 스토리를 하면서 깨달은 건,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글을 쓰는 일’ 그 자체라는 점이에요. 지치더라도 글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생각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제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80대에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12.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본인 글은 무엇인가요?

업데이트된 글 중에서는 ‘브런치는 나에게 반하지 않았다’가 가장 애착이 갑니다.* 마음 아파하며 쓴 글도 많지만, 이 글은 그 당시 상황을 즉흥적으로 썼던 글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브런치 1개월 차에 쓴 글이라 그때는 모든 게 설레었죠. 지금은 4개월 차가 되어 그 설렘이 조금은 줄었지만...(먼 산을 보며) 밀당에는 재능이 없는 편이라 앞으로도 꾸준히 브런치를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적당히요.

https://brunch.co.kr/@hani6115/55




13. 이 글만큼은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은요?


‘상담자도 상담받나요?’ 시리즈입니다.* 아직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곧 3장까지 완성되어 브런치북 1권으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브런치 북이라 그런지, 더욱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ani6115





14. 내 글 중 가장 애정하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오래 고민했지만 ‘가장 애정하는 문장’을 하나만 고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오래 생각하고 뒤적여봐도 딱 하나를 꼽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가장’은 아니더라도 지금 떠오르는 한 문장을 적어보려 합니다.

“그건 마치 두꺼운 왁스가 아이의 피부를 덮은 듯하다.”

‘상담자가 자라는 시간’*이라는 글에서 썼던 문장입니다. 약 15년 전 만났던 한 아이에게서 느낀 생각인데,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자주 떠올라서 이 문장을 선택했습니다.

https://brunch.co.kr/@hani6115/71




15. 그 문장을 쓸 때의 상황이나 마음을 기억하고 있나요?


가끔 그 문장이 떠오르는 사람을 만납니다. 아마 저 역시 그랬던 적이 있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슬픔과 아픔이 너무 오래 닳아 체념이나 일상처럼 굳어버린 사람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쓴 문장이었습니다.




버려져 녹슬지 않을 문장을 쓰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천천히 기록을 이어간다.
단 한 편의 글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아 첫 브런치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가 가장 애정하는 문장은 오래된 상처 위에 덮여 있던 왁스처럼, 다시 들춰볼 용기에서 태어났다.

“80대에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버텨나가며 쓰는 사람이요.”


▶ 요약 한 문장:
그녀에게 글쓰기는 버티며 남기는 일이자, 언젠가 책으로 살아남을 시간을 향한 기록이다.

▶ 느낌 한 줄:
기록은 사라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오래 사랑받기 위한 인내였다.




D. 작가의 일상과 글의 온도


16. 글을 쓸 때 당신만의 루틴이 있나요?


저는 24시간 시계를 끼고 있는데요. 어릴 때 시계를 선물 받고 나서부터 끼고 자는 습관을 들여서 꽤 오래 그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샤워할 때 외엔 거의 끼고 있는데, 글을 쓸 때는 빼둡니다.


17. 글 외의 일상에서 영감을 주는 건 어떤 순간인가요?


저는 산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해 뜨기 전이나 퇴근 후 노을 질 때를 좋아해요. 그런 시간에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운전을 할 때도 글감이 자주 스쳐 지나가고요. 가끔 버스를 탈 때면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다만 그 타이밍을 놓치면, 방금까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금세 잊어버리곤 합니다.


18. 당신의 글상(글의 기운)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감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게 된 것 자체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거든요. 상담자로 오래 일하면서 제 기준 안에서 ‘말하기’를 많이 제한 해왔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긴 했지만 주로 책 리뷰 위주였고, 그마저도 마음에 드는 책만 골라 요약하거나 인상 깊은 문장들을 적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들은 늘 삼켜야 했죠.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저를 위한 시간을 갖고, 제 생각과 감정을 더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글은 ‘감사’이고, 그 마음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 그녀는 늘 차고 있던 시간을 손목에서 조용히 풀어낸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산책길, 퇴근길 노을, 버스 창가..

그 틈에서 스친 생각들이 문장이 된다.
‘말하지 못해 삼켰던 마음’을 다시 써내려갈 수 있게 된 것, 그 자체가 그녀에게는 감사다.

“내 글에는 늘 ‘감사’가 흐릅니다. 쓰게 된 삶 자체가 선물이니까요.”


▶ 요약 한 문장:
그녀는 시간을 잠시 벗어둔 채, 일상의 숨결에서 발견한 ‘감사’를 글로 축적한다.

▶ 느낌 한 줄:
조용히 시계를 풀어놓는 순간, 문장은 그녀에게 돌아온다.




E. 다음 작가에게


19. 나만 알고 싶었던, 애정하는 작가님을 추천해주세요.


마봉 드 포레 작가님이십니다. *

https://brunch.co.kr/@mabon-de-foret



20. 다음 인터뷰어를 이분으로 추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고 글쓰기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던 시기에, 두 곳의 공동 매거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제가 무척 애정하는 마른틈 작가님께서 모집하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매거진’이었고, 또 하나는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자유로운 글쓰기 살롱이었습니다. 공동 매거진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면서 ‘연결감’의 중요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글래써(William Glasser)가 말한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가, 그때의 제 회의감을 다잡아 주었나 봅니다. 함께 한다는 느낌은 느슨하지만 따뜻한 연결감을 가지게 했고, 마봉 드 포레 작가님께서는 자유로운 글쓰기로 이끌어주셨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글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마봉작가님께서 저의 글에 가끔 공명해주는 모습도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계절 매거진 단체방의 빠른 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소통을 자주 못하지만 연결의 끈은 놓지 않고 있으니, 곧 가을 매거진도 정독하겠습니다. :)


21. 지금 당신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의 글쓰기는 선물을 포장하는 일과 같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걸 좋아하는데, 의미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선물을 고르고 포장할 때마다 설레고 즐겁습니다. 요즘은 글을 쓸 때도 그와 비슷한 마음이 들어요. 더 예쁘게 포장해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하지만 선물을 상대가 100% 마음에 들어한다고는 말 안했습니다.)


22. 나를 인터뷰이로 꼽아준 작가님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생각보다 다른 질문들도 쉽지 않았지만, 이 질문이 가장 어렵네요. 전하고 싶은 말을 오늘도 다 못 담을 것 같습니다. 사실 브런치에 합격하고 글을 쓰기 전, 어떤 글들이 있는지 둘러보던 중 마른틈 작가님의 「혼자 먹는 라면은 맛이 없다」의 ‘축하한단 말은, 사실 거짓말이었다.’라는 글을 출근길에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시작으로 몇 편을 연달아 읽으며 첫눈에 반했죠. 그래서 제 첫 댓글도 그 글에 남겨졌습니다. 그렇게 작가님의 팬이 되어 글을 애정하고, 짝사랑하듯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의 짝사랑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으셨는지, 마른틈 작가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마음이 과하면 독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애정하는 마음은 크고 넓지만 다 표현할 수 없고, 또 좋아할수록 조심스럽게 대하고 싶습니다. 작가님께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끓고 빠르게 식지 않는, 뚝배기 같은 관계로 곁에 오래, 오래 남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23. 이번에 당신이 다음 인터뷰이로 추천한 작가님께 한마디 한다면요?


마봉 드 포레 작가님, 작가님의 다양한 면모가 늘 궁금합니다. 작가님이 쓰시는 슬픈 이야기도, 장편 판타지도 상상해봅니다. 불어와 영어가 가능한(읽기만 해도 가능한 것임)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전문성과, 넓은 세계관 · 덕심 가득한 글들, 그 모든 것 너머의 ‘당신’이 궁금합니다.




그녀에게 연결은 글쓰기의 지속성을 지탱해준 힘이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와 ‘살롱 드 아무말 속에서 느슨하지만 따뜻한 소속감을 경험했고, 그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마봉 드 포레였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다.




이순간 작가의 첫 글은 “차 한 잔 할래요?”라는 조용한 제안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 말은 단지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초대가 아니라,
누군가의 무거운 하루를 잠시 내려놓도록 허락하는 마음의 의자였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다.


그녀의 글쓰기에는 슬픔과 미움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 ‘사랑으로 변할 가능성’을 끝내 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가능성을 믿고,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부드럽게 말을 거는 태도가 있다.

“글은 나를 단단하고 따뜻한 곳으로 데려간다”는 고백처럼,
그녀는 글을 통해 감정이 스며든 문장을 쌓아간다.


오늘, 그녀의 말로 빚어진 이 작은 쉼표를 건너며 우리 또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묻는다.

“이 순간, 차 한 잔 할래요?”


https://brunch.co.kr/@hani61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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