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썩었고 인생은 웃기다.
그 말 한마디로 절망을 농담으로 바꾸는 사람이 있다.
웃음으로 세상을 버티되, 그 웃음 속에 가장 진한 진심을 숨겨두는 사람.
오늘은 개그 판타지 작가 마봉 드 포레를 만난다.
제 프로필에 쓰여있는 대로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개그 판타지 작가 마봉 드 포레입니다.* 브런치에서 비소설(불만이 가득한 서평, 좋아하는 음악이나 춤을 소개하는 소개글, 여행기, 장르실험 등)과 소설(판타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bon-de-foret
저는 태생이 집순이라 어렸을 때부터 밖에 나가서 놀지도 않고 집에서 책만 봤어요. 덕분에 신체활동 능력이 매우 형편없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이미 초딩 저학년 때부터 책을 흉내내듯이 뭔가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도 이미 소설이었네요 생각해 보면.
유머입니다. 세상은 더럽고 썩었으며,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죽음을 맞고 살면서는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립니다. 유머가 없으면 이 험난한 세상을 살 수가 없어요.
소설 : 편하게 날로 먹기 위해 한 개의 세계관 안에서 일어나는 글만 씁니다. 거기에서 숨쉬고 얘기하고 먹고자고 하면서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받아 적어요. 읽는 사람들도 그 글을 읽고 라를르에 다녀가는 체험을 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비소설 : 주제마다 다르긴 한데 여행기를 쓸 때는 당시에 맡았던 흙냄새, 새소리, 빵냄새까지 다 떠올리며 씁니다. 나이가 드니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서, 기억 날 때 가급적이면 자세히 적어두고 싶어서 스코틀랜드 여행기도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글 쓰는 방을 따로 두고 거기서 씁니다. 근데 그거랑 상관없이 '장면'이나 '문장'이 떠오르는 시간이 있는데 이거 진짜 신기한데요(나만 신기함 주의) 새벽 4시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영감(old man X, inspiration O) 이 오는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어떻게 오냐면 문장이 머릿속에서 두루마리 휴지 풀려나오듯이 막 흘러나오는데(*술 덜깬 것 아님) 왜 자다 말고 그런 게 나오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때마다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4시예요. 실제로 지금 연재중인 소설에 그때 떠오른 장면들이나 문구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요새는 그 순간이 잘 안 오네요. 다시 와주라 제발!
신세한탄? 자기비하? "나 바보다! 다같이 날 비웃어줘!" 류의 글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라면, 개그에서 시작해서 살짝 담담하게 끝나는 글을 자주 쓰는 것 같네요. 그리고 저는 인지를 잘 못하지만 '냉소'가 느껴진다는 평을 가끔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늘 더럽고, 인생은 대체로 웃기다.
그 사실은 마봉 드 포레 작가에게 글을 쓰는 이유이자,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유머를 무기 삼아 세상의 불합리를 비틀고, 자기비하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녀의 문장은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엔 누구보다 단단한 생존의 철학이 숨어 있다.
“유머가 없으면 이 험난한 세상을 살 수가 없어요.”
태생이 집순이였던 소녀는 책 속에서 놀며 문장을 배웠고,
이제는 그 문장들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라를르라는 세계 속에서 인물들이 숨 쉬고, 말하고, 웃을 때
그녀는 그저 받아쓰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 요약 한 문장:
세상을 견디는 방식이 글이 되었고, 그 글은 유머라는 생존의 언어로 피어났다.
▶ 느낌 한 줄:
삶을 냉소로 비틀되, 그 안에서 끝내 웃음을 찾아내는 사람
그녀의 문장은 절망 대신 유쾌함으로 살아남는다.
세계관은 이미 다 나와 있고 거기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아마 죽을 때까지 소설은 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 세라비를 쓰게 되었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 글쎄 걔가 강가의 나무 밑에서 낚싯대 던져놓고 낮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빛이 있으라!" 처럼요.
젊을 때(?)는 설계고 나발이고 그냥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썼어요. 그러다 보니 쓰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그러면서 더이상 얘기가 진행이 안되기도 하더라고요.
직장 다니면서 강제절필하다 올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무작정 쓰지는 않고, 대신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서 돌려봐요. 그러면 설정, 상황, 애들 성격에 따라 결과값이 나옵니다. 결과가 이해가 안 가면 조건값을 추가해서 다시 돌려보고 또 다시 돌려봐서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따라 써요. 그렇다면 설계형 방목 작가? 방목형 설계 작가?
확실한 것은 그 어느 흐름도 제가 마음대로 이끌어 간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받아쓰는 사람이니까요.
개그 판타지 혹은 자기파괴적 에세이가 아닐까요?
9. 창작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 단어, 이미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 특정 계절, 감정, 장소, 존재 등)
염소...? 농담 아니고 글마다 염소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브런치 작가 프로필에 '자칭 문학계의 샤갈'이라고 써놨는데(지금은 민망해서 지움) 샤갈 그림에도 염소가 반복적으로 나와서요. 샤갈님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외에는 계절과 풍경의 묘사로 서두를 시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에도 좋고, 인물의 감정을 투영하기도 하니까요. 인물 감정, 심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싫어해서 풍경이나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자주 사용합니다.그러다 보니 '나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나무의 색깔, 잎의 상태 등이 계절변화를 잘 보여주니까요.
어제부터 연재를 시작한 입장에서 벌써부터 편애를 드러내기가 민망한데,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에 나오는 레이가 제 뮤즈이자 가장 먼저 만난 자식입니다.* 레이 얘기를 언젠가는 글 하나를 파서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기서 먼저 얘기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레이는 세라비 초고를 쓸 때, 제일 먼저 눈을 뜨고 자기 발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레이가 눈을 뜬 시점부터는 더이상 창작을 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얘가 하는 대로 받아 적기만 하면 됐거든요. 세라비나 게로스는 엄밀히 말하면 올해 재집필 시작하면서 차례로 눈을 뜨고 일어났는데, 레이는 제가 글쓰기와 단절된 채로 살았던 25년 동안에도 저를 떠나지 않았어요. 저랑 함께한 시간이 가장 길고, 그러니 제가 가장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우리 레이를(호칭부터 우리 레이임) 세상에 내보내 주기 위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에미라서 저한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레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장난치고, 싹싹하고, 유능하고, 임기응변에 능하지만 누구보다도 속이 깊어요.
그렇다고 제가 세라비나 게로스를 덜 이뻐하는 건 아닙니다! 얘들아 에미는 편애하고 그런 거 없어~ 우리 애들은 다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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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제 글을 읽으면서 웃었으면 좋겠어요. 웃겨서 웃던, 행복해서 웃던, 실소라도 상관없구요. 요새 세상에 웃을 일이 뭐 얼마나 있습니까. 내가 산 주식은 다 떨어지고, 사지 않은 주식은 마구 올라가고, 물가도 올라가고, 회사는 다니기 싫고, 출퇴근길은 꽉꽉 막히는데 그 와중에 저녁에 먹으려고 시킨 치킨마저 배달이 늦으면 세상이 너무 슬프잖아요. 그러니 제 글을 읽을 때만이라도 누군가 웃는다면 저는 그게 가장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배치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냥... 흘러가듯 둡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좀 대책없이 글을 쓰는 편이네요. 마치 작가의 대책없는 인생과도 같습니다.
그녀의 세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라를르' 그 안엔 수많은 인물들이 살아 숨 쉰다.
그 안에서 그녀는 그저 그들의 삶을 받아 적는 기록자의 삶을 택했다.
"저는 받아쓰는 사람이니까요."
첫 문장은 강가의 나무 아래서 시작됐다. 낚싯대를 던지고 낮잠을 자던 '세라비'의 모습처럼 이야기는 그렇게 서서히 눈을 떴다.
가장 오래된 뮤즈 '레이'는 글을 멈춘 25년 동안에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던 존재이다. 그녀는 결국 그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다시 펜을 들었다.
▶ 요약 한 문장:
그녀는 세계를 창조하지 않는다. 이미 살아 있는 이야기들을 받아 적을 뿐이다.
▶ 느낌 한 줄:
라를르의 인물들이 숨 쉬는 동안 그녀의 글도 멈추지 않는다.
저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고, 아직 주인공과 테마만 나온 채로 제목만 달아 놓은 글들이 아직 많아서 생각보다 오래 살아야 해요(제발 유병장수만은 아니길...). 그전에는 일도 좀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일도 안하고 다 내팽개쳐 놨어요. 글 쓰는 데만 머리가 꽉 차 있으니까 일도 안 되고요. 회사에 이렇게 민폐를 끼치면서 다닐 수는 없거든요. 눈치도 보이고요.
지금 저는 글 쓰는 게 회사일보다 더 중요한데 멀티가 안되서 회사에 피해를 주고 있으니 전업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출판사 투고는 죄다 거절당하긴 했습니다만 아마도 제가 작가로 먹고 사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면, 아무리 안 되려고 아둥바둥해도 결국은 그쪽으로 가지 않을까요. 이제까지 살아온 것을 돌아보면 뭔가 하려고 아락바락했을 때는 죽어도 안 이루어지다가 우연한 기회 + 우연한 인연들이 모여서 방향이 정해지는 경험을 몇 번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저 자신을 믿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말은 이렇게 초연하게 하는데 속마음은 개쓰라림 - 출판사 이 시방것들 내 글을 퇴짜놔? 망해라... 폭망해라... 아주 그냥 쫄딱 망해라 라고 속으로 외치는 중).
'세라비 : 장하다 라를르의 딸'을 넘어서는 애착 글은 아마 살면서 더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의 뿌리이자 기둥이고 저 자신, 제 영혼 그 자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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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도 읽어 주셨으면 좋겠지만 지금 브런치에 올라와 있는 제 '감성 없는 감상문' 매거진*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브런치에 온 이유는 사실 소설 연재가 목적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 음악, 영화 얘기를 마음껏 늘어놓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회사에서나 친구들하고 얘기할때 '오네긴' 얘기하며 분노하면 아무도 이해 못하거든요ㅜㅜ
장르실험은 너무 난해해서 많이들 고통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 추천은 못하겠습니다ㅎㅎ.
https://brunch.co.kr/magazine/grumblyreading
뭔가 멋진 말을 골라야 할 것 같은데... 좋아하는 문장이 수백개면 어떻게 고르죠ㅎㅎㅎ
'세라비'는 이제 연재를 시작해서 거기 있는 문장을 벌써 들고 나오면 안될 것 같고 브런치에 이미 올라와 있는 제 글들 중에 가장 애정하는 문장이라면 '감성 없는 감상문'의 영화 '오네긴'에 쓴 문장을 꼽겠습니다.
"오네긴, '삶이 지루해서 막장까지 가 보는 객기', 이상하게 비극적인 척하지만 그 뿌리는 유치하고 철없고 감정 과잉인 20대, 모든 게 지겨운 나머지 친구도, 사랑도, 자기 인생도 하나씩 일부러 버려보는 젊은이여야 하는."*
https://brunch.co.kr/@mabon-de-foret/78
영화의 헤어라인 자꾸 뒤로 가는 아저씨 말고 진짜 푸시킨의 원작 오네긴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그 20대의 허세가 살짝 섞인, 감정 좀 과다한 청년의 모습을 그리면서요. 저 오네긴 영화평 글은 불만으로 가득한 글이라 (시트러스 작가님 표현에 의하면 3보 1분노) 시작부터 욕까지 분노와 불만에 가득한데, 저 문장을 쓸 때에는 원작 오네긴 나이의 두 배나 나이먹은 꼰대 어른으로서 청년 오네긴을 바라보며 곰방대에 담배 담아 피우며 후~ 다 저럴 때가 있지... 하는 마음으로 쓴 것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어요.
아직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거든요.”
회사보다 글이 중요해졌고, 출판사 거절 따윈 이제 웃으며 넘긴다.
결국 자신은 그 길 위에 서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
그녀에게 글쓰기는 일상이자 생존이다.
불만으로 시작해도, 결국 웃음으로 끝나는 문장처럼 말이다.
▶ 요약 한 문장:
글쓰기는 그녀에게 생업이 아니라 생명이다. 웃음으로 버티며 결국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 느낌 한 줄:
농담처럼 말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쓰는 사람! 그녀의 글은 결국 현실을 이기는 유머다.
음악 틀고(3시간 이상 연속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나 유튜브 ASMR 등) 차나 커피 한잔 옆에 두고, 노트북 켭니다. 방 조도는 너무 밝지 않게 스탠드 2개 켜고, 들어올 사람 없어도 문은 잠급니다. 근데ㅜㅜ 사실은 회사에서 제일 잘 써져요 어떡하죠 아아아아 난 망했어...
인간 군상 관찰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편이고, 그 외에는 계절 변화 같은 것들을 좀 멍때리면서 감상하는 편입니다. 여행을 가면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 사는 모습을 눈에 잘 담아놓구요. 여행을 가서도 분주하게 막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한 군데에 멍하니 앉아있어요. 아 날씨 안좋으면 어쩔수 없고요. 그렇게 해서 머릿속에 동영상 저장하듯이 담아놓은 장면들도 나중에 꺼내서 쓰게 되더라고요.
유쾌? 망나니? 일단 제가 느끼는 제 글에 대한 기운은 그렇습니다.
음악을 틀고, 커피를 두고, 문을 잠근다. 하지만 가장 잘 써지는 곳은 "회사"다.
"아아 난 망했어..."
웃으면서 한탄하지만, 그조차 그녀만의 리듬이다.
일상의 영감은 사람 구경과 계절의 변화 속에서 온다. 여행을 가도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으며, 그저 멍하니 앉아, 눈과 마음에 풍경을 저장해둔다. 그 장면들은 훗날 그녀의 문장에서 다시 재생된다.
그녀의 글상은 한마디로 이렇다.
"유쾌, 그리고 약간의 망나니."
▶ 요약 한 문장:
루틴은 있지만 계획은 없다. 그러나 그 무계획 속에서 가장 유쾌한 문장이 태어난다.
▶ 느낌 한 줄:
멍 때리는 순간에도 이야기를 저장하는 사람. 그녀의 일상은 이미 글의 초안이다.
이 순간 작가님은 굉장히 신기한 분이에요*. 댓글을 읽으면 주접도 떨고 감정이입 잘하고(상담자로서 감정이입 잘하는건 강점이지만 그 사람들의 아픔을 자기도 그대로 겪게 되기 때문에 멘탈 관리 잘 하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은 소중하니까요.) 잘 설레고 잘 빠져드는 핑크색 소녀 목소리가 나는데, "상담자도 상담받나요?"를 읽으면 울고 싶은데 참는 것 같은 나직한, 읊조리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요(약 맞은거 아님 - 글을 읽으면 들리는 목소리가 그렇습니다)".
울음을 참는다는 것은 곧 감정을 터뜨리지 않는다는 뜻이죠. 아마도 담아 두신 감정은 더 많을 거예요. 그런 분이 또 달리 프로가 아니셔서 글만 읽어도 저도 모르게 제 얘기를 꺼내게 되더라고요.
저도 뭐 사람이다 보니 살다가 상처 없었겠습니까만은 픽션작가로 사는 이상 개인사는 잘 안 드러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 런! 데! 이 순간 작가님 글을 읽는데 저도 모르게 막 손가락이 상담을 받고 있는 거예요! 와 진짜... 고문도 안 받았는데 이렇게 탈탈 털릴 뻔하다니 진짜 무서운 분입니다. 비밀 기지 위치랑 접선정소까지 다 불 뻔했어요.
댓글에조차 상담자의 본능으로 정성어린 답글을 달아주시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찡했어요. 작가님을 안 만나봐서 모르지만 착하고, 다정하고, 섬세하고, 솔직하고 그러면서도 개그감각도 뛰어나신 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많은데 그 중에서 저에게 이렇게 작가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신 해이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자기 글 쓸 시간도 부족하실 텐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다 하시는지...
https://brunch.co.kr/@hani6115
https://brunch.co.kr/brunchbook/hani6115
애정하는 작가님 한두 분이 아니어서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이 척박한 장르소설 황무지인 브런치에서 꿋꿋하게 SF를 연재중이신, 더블윤 작가님이요.*
https://brunch.co.kr/@6121f01a108340c
저는 그분 소설과 분량이 비슷하거나 더 긴 판타지 소설을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4개월이나 애들을 가둬놨는데, 더블윤 작가님은 주저하지 않고 브런치에 SF를 올리기 시작하셨죠. 그 용기와 뚝심과 인내가 전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물론 제가 더블윤 작가님 소설의 찐팬이라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이 분의 작품인 '가장 찬란한 나의 별'은 전개가 중반부에 접어든 소설인데요, 읽어보면 이분의 엄청난 SF적 상상력, 세계관과 디테일(우주기지나 우주정거장, 우주선의 묘사, 특히 현업(?)인으로서 전투묘사가 거의 블록버스터 영화급)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저도 판타지 작가로서 디테일을 따지는 편인데(아무도 못 알아봐도 내가 납득해야 만족) 더블윤 작가님 소설은 디테일도 섬세하고, 그 와중에 먹먹한 감정선 표현도 잘 하셔서 놀랍습니다. 문체를 보면 드라이한 남자 문체인데, 그런 언어로 찢어지는 감정선도 표현을 하시거든요.
그리고 자전적 에세이인 '솜털보다 가벼운'과 작가의 우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다시, 코스모스를 꿈꾸다'도 좋아합니다. 특히 '솜털보다 가벼운'은 작가님의 인생 그 자체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yshiningstar
더블윤 작가님, 이거 진심인데요 나중에 저하고 공동집필 한번 해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같이 SF 써서 공모전 한번 내봅시다.
그녀에게 연결은 웃음으로 이어진 인연이었다.
진심을 알아봐준 사람에게 농담처럼 고마움을 건네고,
그 고마움의 끝에서 또 다른 세계를 향한 문을 연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질문은 용기와 상상력으로 우주를 그려내는 SF 작가 더블윤을 향한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없었는데, 이젠 글 쓰는 게 인생의 전부입니다. 자신의 세상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일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글 안 쓰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아깝지만! 늦바람이 무섭다고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써야 할 것을 모두 다 쓴 다음에 우리 애들 보러 저세상(라를르)에 가게 되기만을 빌 뿐입니다(대략 애들 시집장가까지는 보내 놓고 눈 감아야지 같은 뉘앙스).
저는 아직 브런치 구석에 텐트치고 사는 소박한 작가입니다. 저 혼자 집에서 글 쓸 때는 내 글이 사람들에게 읽힐 글인가, 나 혼자 원맨쑈 착각파티 하나, 집어치우고 회사일이나 열심히 해야 하나, 고민도 하고 그랬는데 브런치에 와보니... 세상에!
"아! 나같은 고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난 혼자가 아니야! 다들 책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해!"
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들 글 읽기와 글 쓰기에서 행복과 위로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봉 드 포레의 글은 언제나 웃음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 웃음은 세상을 비웃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버티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다정한 언어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세계 '라를르'의 창조자가 아니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곳의 나무와 감정의 냄새를 맡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저 "기록자"로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 쓸 뿐이다.
"나는 라를르에서 보고 들은 걸 적을 뿐이에요."
그녀에게 글은 현실을 도피하는 문이 아니라, 세상을 버티게 하는 또 하나의 삶이며, 가장 유연한 형태의 방패이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웃는다. 웃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라를르의 인물들이 웃고 울며 살아가는 동안, 그녀 역시 그들의 곁에서 함께 숨을 쉰다.
그 세계는 결국 그녀 자신이며, 살고자 하는 본질이다.
https://brunch.co.kr/@mabon-de-foret/55
그녀의 웃음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 웃음이 처음 피어났던 순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 마봉드포레의 시작이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마봉드포레의 시작을 따라가며,
그녀가 만든 세계 '라를르'를 함께 걸어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