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개오의 마음의 감정, 그리고 슐라리어마허 (1)

세리 삭개오 이야기 ①

by 광장에서 성경읽기

1 .

삭개오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애정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삭개오는 세리였다. 세리는 세금징수자다.


세금징수자 자체는 별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당시 유대민족은 로마제국의 식민통치 아래 있었다. 그리고 세리는 동족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여 로마에 바쳤다. 당시 유대인들이 로마에 내야 했던 세금은 적지 않았는데, 세리들은 같은 동족이라고 봐주기는커녕, 로마에 내야 할 것보다 더 많이 받아내 자신들의 몫을 따로 챙겼다. 그러니 유대민족에게 세리는, 사회적으로는 민족의 배신자이고 종교적으로는 죄인이었다. 세리는 회당 출입도 금지당했다. 사실상 유대인들에게 혐오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먹을 것도 넉넉지 않은데 피눈물도 없이 세금을 챙겨가고 자기들은 또 돈을 남겨 잘먹고 잘사니, 일반적 유대인들은 세리들을 보며 저놈의 인간들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예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뭇 놀라는 지점들 중 하나는

예수는 이러한 사람들 곧 사회적으로 봐도 종교적으로 봐도 도덕적으로 봐도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도저히 옹호해 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일대일로, 한 온전한 인격체로, 말을 건네시고 그들과 무엇인가를 하셨다는 것이다.


일단 나는 먼저 삭개오의 입장이 되어보고 싶다.


2.

삭개오의 이야기 ①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에서 못 벗어나겠지 체념할까 하는 중에

세리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나도 그렇게 이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 내가 무슨 거창하게

'로마의 앞잡이가 되어야지' '출세해야지' 이따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적절한 돈을 벌어먹고사는 고달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지, 이정도였다.


세리일을 막상 하다 보니 그게 또 다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내 동족을 상대하기도 해야 했지만,

나는 로마의 관리들도 상대해야 했다.

로마의 관리들의 위압은 가볍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라도 우리를 칠 수 있는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었고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내가 맡은 동네를 위해서도

그들과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고, 또 그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


물론 내가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사실 부끄러운 짓을 하긴 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시장을 지날 때 나를 매섭게 흘겨보던 동네 사람들,

퇴근길 내 가방에 돌을 던지며 속된 말을 내뱉던 아이들,

어쩌다 회당 근처를 걸을 때 지팡이로 나를 가리키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교법사들,

그리고 내가 회당 출입구를 지날 때마다 눈을 부라리며 경계하던 관리인들...


내가 속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나는 기댈 곳도, 마음 나눌 곳도, 슬픔 쏟아낼 곳도 없었다.

하늘 아래 나는 혼자였다. 나는 너무 외로웠다.

복수 같은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래 너희가 나를 이렇게 대한다 이거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데, 나도 한딱가리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내가 무슨 완장이라도 찬 양

때때로 좀 지나치다 싶게 돈을 가져오고

때때로 로마의 힘도 좀 빌려 꽤 매몰찬 행동을 했을 때

나는 집에 들어와서 마음이 너무 쓰렸고 아팠고,

그리고 잘 때 늘 나의 베개는 조금씩 적셔졌다.


그러던 중 내가 좀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사건이 생겼다.

내가 마태의 소식을 들은 것이다.

마태가 세리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유대나라에서 세리가 세리직을 관둔다고 다른 곳에서 일을 구할 수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마태의 소식을 캐묻고 다니다가 한 선생의 이름을 들었는데 예수였다.

이름이 예수인 자가 사람들에게 꽤 새로운 가르침을 준다고 하는데

그런데 마태가 그 예수의 제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세리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거였어?

그런데 예수라는 사람이 꽤 대단한 사람 같은데, 세리를 받아주셨어?


그때부터 내 심장 박동이 좀 달라졌다.

그전까지 내 심장은 악에 받쳐 쿵쿵 거렸다면

그 소식 이후로 내 심장은 뭔가 모를 기대감으로 두근 거렸다.

기대감이 구체적이진 않았다.

그냥, 다만, 왠지, 뭔가 더 좋은 상황이 내게도 올 수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막연하기만 한 생각이었지만, 아니 상상이었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나는 두근거리는 박동이 뭔지 알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삭개오에 몰입하여 이야기를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져 다음 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삭개오 이야기와 슐라이어마허 이야기까지 다 완결하려면 최소 3편 이상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유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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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4-08-21 23383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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