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삭개오 이야기 ②
3.
삭개오의 이야기 ②
나는 마태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나는 마음을 먹어야만 했다.
나는 분명 마태보다 잘 나가는 세리였다. 나는 세리장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마태를 볼 때마다 뭔가 모를 자격지심 비슷한 감정이 일어
내심 그가 불편했다.
그는 땅달만 한 나보다 멋진 몸을 가졌고,
무엇보다도 그는 나만큼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았다.
그의 눈은 깊었다. 그는 표정은 늘 생각하는 듯했고,
나는 그의 눈을 볼 때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한마디로 그는 일반적인 세리의 눈빛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돈을 거두고 세고 있으면서도 언뜻 그 자체를 초월한 사람처럼 보였다.
한 번은 세리들이 모여 식사를 하던 때였다.
우리는 각자 어떤 식으로 얼마나 남겨먹었는지를 마치 자랑처럼 늘어놓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겁박을 하면 잘 먹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로마관리에게 아부를 해야 하는지
그런 찌끄러기 같은 노하우도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마태는 혼자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괜히 미워 보였다. 어차피 자기도 우리 무리면서, 자기도 세리면서,
왜 우리 무리가 하는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거야.
나는 소리쳤다.
어이 마태! 자네 이야기를 좀 해보게나!
그는 조용히 한 마디 했다. 나는 능력이 좀 없잖은가...
다른 동료들은 껄껄 웃었지만, 나는 뭔가 모를 패배감 같은 게 들었다.
여하튼 나는 마태를 만나야 했다.
이리 묻고 저리 물어, 마태가 혼자 있을만한 장소와 시간을 알아냈다.
해가 지는 어둑한 때, 한 골목에서 그를 찾았다.
마태, 잘 지냈는가.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싶네.
웬일인지 마태는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고 전혀 놀라지 않아 했고
오히려 나를 기다렸다는 듯 반가운 기운이 담긴 몸짓으로 나를 끌었다.
나는 그렇게 모 처에 들어가 마태와 마주 앉았다.
그때 그의 눈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그의 눈빛에 기쁨과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이전의 진지했던 그의 눈빛에 고독이 있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진지한 그의 눈빛에 기쁨이라는 것이 얹어져 있다고 표현하면 비슷할까.
나, 자네 이야기를 좀 듣고 싶네.
이 한마디에 마태는 옅으면서도 진중한 미소를 잠시 짓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이 테이블에서의 그와의 대화를 잊지 못한다.
그는 뭐랄까, 굉장히 아낌없이 이야기를 쏟아내주었다.
그리고 내가 듣고 싶어 했던 그의 스승 예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데 한편으로는 기이하고 신기하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고 또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마태의 눈빛은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었고
그의 표정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 있었다.
내 안의 혼돈과 불신은 불쏘시개 불이 꺼지듯 꺼졌고
나는 점점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못해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 마무리를 이렇게 했다.
자네,
예수를 만나러 오게.
꿈같은 소리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내가 그분을 어떻게 만나나. 그분이 나 같은 인간더러 무슨 욕을 하실 줄 알고.
그리고 내가 그분을 만나려 한들 주변 사람들이 가만 놔둘까.
듣자 하니 예수가 가는 곳에 무리들이 모인다던데,
내가 그분에게 가까이 가려 할 때 그 무리들이 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잖은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마태가 이렇게 말했다.
삭개오,
우리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네. 잊지 말게.
그래, 나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근데 그렇긴 한데 아브라함의 자손 중에서도 무슨 저주받은 것 같은 자손 아닌가.
그래도 내가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닌 건 또 아니다.
나도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모세의 역사를 잘 안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마태와 이제 헤어지려는데
마태는 가면서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나지막하게 이렇게 말했다.
삭개오, 하나님을 믿으세.
그는 우리를 사랑하신다네.
돌에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집채만 한 돌이 내 몸 전체를 내리 깔아뭉개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내가 성전의 뜰에서 기도할 때 늘 나는 나의 죄를 고백했다.
용서해 달라고 정말 많이 빌었는데 진짜 용서해 주실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용서해 주셨다면 내가 내 나라에서 이따구 모양으로 살고 있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용서를 해주시기만 해도 나는 감지덕지일 거 같은데
뭐... 사랑...? 사랑하신다고? 나를? 세리를? 그러니까 세리장 나를 사랑하신다고?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자빠질 것이다.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들이 들으면 분명 마태 보고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마태는 전혀 미쳐 보이지 않는다.
나는 마태 안에 있는 대담함과 확신을 분명히 보았다.
그리고 솔직히 멋있어 보였다.
그 뒤로 나는 두 가지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예수라는 분이 언제 여리고 쪽으로 오시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부끄럽지만,
내가 예수를 만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상상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당시 누가 알았다면 미친 상상이라 했겠지만,
나는 예수라는 분과 내가 이야기할 기회가 만약에라도 주어진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 놓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도 마태처럼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혹시 올지도 모르는 기회를 어떻게든지 잡아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혔고,
나중에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못해, 내 삶을 통치로 새로 설계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매일 저녁 일 끝내고 집에 오면
고독하고 외로움에 포도주 몇 잔 들이키고
신세를 한탄하고 세상을 원망하다 잠들었는데
이 맘때쯤부터 나는 저녁시간마다 공상에 가까운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다.
때로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내 모습에 내가 놀라 내 뺨을 때려보기도 했고
어떨 때는 선물 받은 애마냥 발을 콩콩 굴리고 있어 한쪽 발로 다른 쪽 발을 툭 밟기도 했다.
미친 사람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다소 느끼한 표현이지만,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이 나를 감쌌다.
여하튼간 나는 매일매일 올지 안 올지 모를 '그날'을 상상했고
그 상상은 점점 구체화되어 꽤 실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그 내용은 수백 번도 더 바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거다'하는 느낌이 왔다. 더 이상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나는 결심했다.
이 상상은 이제 상상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결단이다.
내가 예수라는 분을 만나면 이 결단을 말하리라.
하나님이여, 다만 나에게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렇게 매일 밤 결심하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예수가 곧 여리고 쪽으로 오실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때부터 내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쿵쾅댔다. (다음 편에 계속)
/삭개오에 몰입하여 이야기를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길어져 다음 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삭개오 이야기와 슐라이어마허 이야기까지 다 완결하려면 총 4편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유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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