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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Oct 19. 2022

어느 막걸리 양조장이 피봇팅을 준비하는 법

청년쿡 비즈니스센터 2기 지원과 선정까지

기존에 세운 가설이 틀리다는 것이 입증되고 사업 실패의 위기가 찾아오면, 많은 조직이 피봇팅을 하곤 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저희는 아직 가설 검증조차 하지 않은 예비 창업 단계이지만, 늘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큰 욕심이 없어도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미리 피봇팅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유가 있는 지금 피봇팅 능력을 쌓아두기로 결정했죠.


먼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아무도 공병 순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프로그램을 체험하러 오지 않는다면? 아니 더 기본으로 돌아가서, 막걸리가 단 한 병도 팔리지 않는다면.


정확한 실패의 원인은 실패하고 나서야 찾을 수 있겠지만, 저희는 매력적인 상품이 부족하다는 가상의 원인을 상상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양조장에서 새로운 맛의 막걸리가 나왔다고 해서 갑자기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오' 였어요. 그렇다면 막걸리 대신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첫 번째로 생각한 콘텐츠는 바로 '안주'였어요. 막걸리를 사러 왔는데, 맛있는 안주가 옆에 있다면 동반 구매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죠.


그날부터 안주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효율적인 생산과 관리, 그리고 확장을 위해 도시락형 한식 안주 플래터를 기획했어요. 몇 년 전 제주도에서 먹어본 제주식 전통 도시락 차롱을 레퍼런스로 삼았죠.


때마침 청년 외식업 교육을 지원하는 '청년쿡 비즈니스센터 2기' 모집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팀의 솔직한 상황과 계획을 담아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아주 간단한 참고 자료도 만들어 PT 심사에 참석했어요. 



도시락형 플래터라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하다는 걸 장점으로 어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배움에 대한 간절함이 통했던 것인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다행히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은 외식업에 대한 기본 강의부터 조리 실습, 멘토링까지, 외식 산업의 전반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기술들을 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 받았던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본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에요. 아무리 유행이 바뀌어도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다양한 메뉴를 내놓아도 기본 실력이 없으면 맛이 없다는 것 등 모든 일에 기본을 탄탄히 채워야 하는걸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기본인 막걸리를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단단히 들면서도 저희의 기획은 늘 유연하니까, 한식 안주 플래터를 비건 안주 플래터로 변주할 수도 있을 거고요. 혹은 아예 양조장을 조금 넓혀 생막걸리와 함께 즐기는 한식 안주 바 형태로 운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해일막걸리의 앞날에 무한한 상상을 더하게 해 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전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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