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붙여주었더니 브랜드가 되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해일막걸리'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왜, 하필, 굳이 '해일막걸리'일까요? 혹시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브랜드의 이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결정되는데요, 그중에서도 보통 쓰이는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나 이미지를 말로 형상화하는 거죠. 예를 들어 모든 걸 다 파는 잡화상이라 '다이소', 빠른 스피드와 멋진 비주얼로 달릴 수 있는 '재규어',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디자인에 좋은 품질을 내세우는 '텐먼스', 그리고 최근에 가장 유명해진, 당신의 근처에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당근마켓' 등이 있어요.
두 번째는 오히려 브랜드와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에요. 전자제품을 파는 '애플', 조립식 가구를 팔지만 창업자의 이름과 사는 곳의 앞글자를 딴 '이케아'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세 번째는 창업자나 브랜드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따는 방법입니다. '샤넬', '버버리', '맥도날드', '조 말론' 같은 글로벌 회사는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고, '테슬라'는 물리학자이자 전기 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땄죠. 국내 스타트업 중 '콜린스'도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이름을 차용했습니다.
해일막걸리는 세 번째 방법에 해당된답니다. 제가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이름이 '해일'이거든요. 본명은 지혜인데, 끝 글자를 살짝 변형해서 해일이라는 이름을 새로 만들었어요. 이름을 새로 만들게 된 계기는 다소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더니 지혜라는 이름을 발음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어느 문화권에서도 발음하기 쉽도록 생각해낸 이름이랍니다. 처음 이름을 지을 땐 별다른 뜻도 없었어요.
하지만 막상 해일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게 된 건 소셜 섹터에 넘어오게 되면서부터였어요. 그때 청소년 센터에서 프로젝트 카페를 운영했는데, 닉네임이 필요했거든요. 그때부터 소셜 임팩트 필드와 직장에서는 늘 해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나름 거창한 의미도 추가했어요. 인생에 밀려오는 수많은 파도를, 더 큰 해일이 되어 넘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었죠.
제가 이 해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해일막걸리'를 만든 건, 소셜 임팩트 필드에서 활동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예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 그 순수한 마음이요. 그래서 지속가능한 막걸리를 만들고 덜 쓰고 덜 버리겠다(Less Waste)는 회사의 미션을 제 이름을 걸고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해일막걸리 창업을 시작하자마자 했던 건 바로 상표 등록이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상표 출원 과정 중에 있고요. 제 이름이 곧 브랜드의 이름이 된 만큼, 더 진심을 담으려 회의 하나, 문서 하나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해일주조나 해일양조, 해일탁주 같은 멋진 이름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해일막걸리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막걸리에 담긴 순수함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순우리말이기도 하고 재밌는 발음이기도 하죠. 또 막걸리만 진득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해일막걸리'이기 때문에 생긴 뜻밖의 장점도 있어요. 누구나 저희 브랜드를 보면 '아! 막걸리 회사구나!' 단번에 아시는 거죠. 그래서 괜히 "막걸리 만드세요? 저도 막걸리 참 좋아하는데."라는 수다도 떨게 되고, 저희를 쉽게 기억하세요. 처음에는 쑥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애정을 담아 말하게 되는 이름이랍니다.
어서 빨리 해일막걸리로 명함도 만들고, 간판도 달고,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고 싶네요! 그날까지 쭉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